딸을 매로 때려 타박상을 입힌 부모에게 각각 50만원과 3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자식의 버릇을 고치기 위한 부모의 회초리에 형사처벌로 벌금형을 내린 것은 처음이다.서울지법 형사4단독 송승찬(宋昇燦)부장판사는 5일 수련회에 보내주지 않는다며 옷을 찢고 떼를 쓰는 K양(당시 10세)의 종아리를 때렸다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K양의 아버지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송판사는 또 당구채로 때려 엉덩이와 허벅지에 타박상을 입힌 계모 B씨에 대해서도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송부장판사는 『비록 딸이 먼저 옷가지를 찢는 등 나쁜 행동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타박상을 입을 정도로 체벌을 가한 것은 가정교육의 한계를 벗어난 폭력행위』라며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아픔을 주었을 부모의 이혼으로 충격에 휩싸인 딸에게 부모로서 다독거리지는 못할 망정 폭력을 휘두른 것은 처벌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3년전 전처와 이혼한 뒤 B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A씨는 97년 11월 딸의 상처를 발견한 전처의 고소로 B씨와 함께 불구속기소됐고 각각 벌금 70만원이 구형됐다. 그러나 K양은 법정에서 『제가 잘못해서 맞은 것이므로 부모님을 용서해달라』며 선처를 호소, 벌금이 낮아졌다.
한편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측은 『이번 판결은 가정교육 또는 훈육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가정폭력에 대한 사법부의 경종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자식 잘 되라고 내자식을 내가 때리는데 누가 뭐라 그러느냐는 주장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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