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으로 새는 물이 너무 많다. 댐에서 소비자에게 물이 흘러가는 사이 중간에서 새나가는 물이 너무나 많다.서울의 경우 지난해 생산된 수돗물의 양은 16억7,381만7,000톤. 서울시는 이중 25.3%인 4억2,347만5,701톤이 최종 목적지 도착전 수도관에서 새나간 것으로 추정하고있다. 공급량의 4분의 1 정도가 중간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아무리 물을 아껴 써도 문제가 많다. 일본 도쿄(東京)나 프랑스 파리의 누수율이 12∼13%인 것에 비해 우리는 심해도 너무 심하다.
이처럼 누수율이 높은 것은 부실하게 매설된 수도관이 많은데다 구릉지가 많은 서울의 지형상 고지대에 물을 공급하기위해 수압을 높이다보면 수도관중 취약한 부분이 파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높은 누수율은 국민들의 물 아껴쓰기 운동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주부 강경선(姜京仙·30·서울 강동구 고덕동)씨는 『중간에서 새는 물이 이렇게 많은데 우리가 아무리 물을 아낀들 무엇하느냐』며 『정부나 자치단체는 물 아껴쓰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누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2011년까지 노후관 4만2,757㎞를 교체키로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우선 누수량과 누수율에 대한 통계가 신뢰를 주지 못한다. 98 상수도백서에 따르면 97년말 현재 누수율은 전국 평균이 14.8%이며 경기도 11.7%, 광주시 12.3%, 충북 12.6%, 대구 12.9% 등이었다. 이같은 누수율에 따른 수돗물 누수량은 8억9,000톤으로 톤당 434원인 원가로만 계산해도 3,862억원에 달한다.
이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누수율은 14.1%에 불과하다. 서울시가 밝힌 98년 누수율은 25.3%와는 차이가 아주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98년부터 누수량 측정방법을 바꾸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국교원대 정동양(鄭東陽·기술교육과)교수는 『수도관 정비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서울의 누수율이 25.3%이면 다른 지역은 더 많은 양의 수돗물이 새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초 자료가 이처럼 부실해서는 제대로 된 누수대책을 세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가톨릭대 이시재(李時載·사회학과)교수는 『일반 주민들이 생활속에서 절약할 수 있는 물의 양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누수량을 줄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누수를 해결하기위한 예산도 아직은 부족하다. 올해 노후관 교체에 들어갈 돈은 2,343억원으로 전체 수도 예산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수자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왕에 확보된 물을 최대한 아껴쓰는 노력을 정부가 등한시하고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서울대 윤제용(尹齊鏞·응용화학부)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은 수도관의 평균 수명이 50년을 넘는데 우리는 20년에 불과하다』며 『이는 많은 돈을 들여 노후 수도관을 교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주장했다. 누수의 원인을 정확하고도 종합적으로 파악,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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