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이탈리아의 한 불임치료 전문의는 사람의 미성숙 정자를 쥐의 정소에서 키운뒤 체외수정하는 방법으로 5명의 아이를 탄생시켜 「쥐인간」논란을 낳았다. 왜 많은 동물중 하필이면 「징그러운」 쥐를…. 갖가지 연구마다 빠지지 않는 동물이 바로 쥐. 그래서 「살아있는 시약」으로 불린다. 쥐가 동물실험에서 가장 폭넓게 쓰이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되는 것일까.◆왜 쥐인가 쥐는 인간과 같은 포유류 척추동물이면서 가장 하등인 설치류. 장기등 체내구조와 면역체계등이 인간과 같다. 그래서 인간에게 나타나는 질병은 쥐에서도 거의 발견된다. 쥐들도 고혈압 암 비만 당뇨 면역결핍등을 앓는다는 말이다. 쥐의 체온은 인간과 똑같은 36.5도
유전학적 유사성만을 따지면 최적 실험대상은 고릴라. 그러나 다루기가 우선 어렵고 새끼도 적게 낳는 탓에 실험용으로 쓰기는 곤란하다. 반면 쥐는 태어난 지 한달이면 성체가 되고 3주마다 8~10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즉 짧은 세대 주기에 번식능력은 뛰어나다. 크기도 작고 환경적응력 역시 강하다.
앞서 언급한 이탈리아의 불임치료에선 인간의 정자에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면역결핍 쥐가 사용됐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쥐의 바이러스가 인간의 정자에 침입할 위험성을 제기했다.
쥐는 실험용뿐아니라 백신등 약품개발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상당수의 백신은 쥐에게 그 질병을 앓게 한뒤 얻은 항원을 모체로 만들어 진다.
◆어떤 쥐가 어떻게 활용되나 실험용 쥐는 생쥐(마우스)와 시궁쥐(랫) 외에 흔히 모르모트라 부르는 기피닉, 햄스터등이 쓰인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쥐와 종(種)은 같다. 다만 유전적으로 특정 질병을 갖도록 변형되고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유지되는 쥐(SPF)들이다. 흔히 실험용으론 흰 쥐를 떠올리는데 색깔을 가진 쥐들도 많이 사용된다.
백신을 만들거나 일반적 실험에 쓰이는 것을 범용 쥐, 유전적으로 특정 질병을 갖는 것을 질환모델 쥐라고 분류한다. 질환모델은 처음 자연계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이를 교배시켜 특정한 계통을 보존한 것이 실험용 쥐이다. 예컨대 면역결핍 쥐의 종류인 누드마우스는 63년, 스키드 마우스 83년 발견됐다. 최근에는 유전자를 직접 조작할 수 있게 돼 실험목적에 따라 인간 유전자를 가진 쥐들도 탄생하고 있다.
범용 쥐는 국내에서 한마리 2,000~3,000원에 생산 판매되지만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질환모델 쥐는 10만~20만원씩 수입된다. 특수한 유전자가 도입된 형질전환 쥐는 100만원을 호가한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실험용 쥐는 연 150만~200만마리, 백신용을 포함하면 연 400만마리로 추산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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