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친숙한 외국 문학상으로는 노벨상이 으뜸이고 다음이 일본의 아쿠타가와상, 프랑스의 콩쿠르상 정도가 아닌가 싶다. 아쿠타가와상은 재일교포 이양지씨가 「유희(由熙)」, 이회성씨가 「다듬이질하는 여인」, 유미리씨가 「가족 시네마」등으로 수상해 국내에서도 적지않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23세의 교토대 법학부 4학년, 갈색으로 물들인 머리에 한쪽에만 은빛 귀고리를 한 히라노 게이치로. 그가 쓴 「일식(日蝕)」이 지난 2월 120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대학 재학중 수상은 4번째라는 것 뿐 아니라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연상케하는 지적 소설이라는 점에서 일본에서 출간 한달만에 40여만부가 팔릴 정도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또 「오체불만족(五體不滿足)」이란 책이 일본인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는 선천성 사지절단의 중증 장애인인 오토다케 히로타나라는 와세다대 학생이 쓴 그 책은 출간 6개월만에 320만부를 찍었다. 『장애는 단지 불편할 뿐』이라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다. 두 책 모두 국내에서 번역 출판됐다.
■이 책들의 폭발적인 인기는 전후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사회의 침울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일본인들의 격렬한 몸부림같이 보인다. 젊은 세대의 지적인 깊이와 장애를 극복하는 용기에서 희망을 찾자는 것 같다. 히라노를 지난 70년 자위대의 각성과 궐기를 외치며 할복자살한 급진적 민족주의자인 작가 미시마 유키오와 연계시키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 아닐까.
■이들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인문학 경시 풍조와 장애인에 대한 편견속에 묻혀버리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칠까. 일본과 우리는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다. TV 프로그램이나 대중가요등에서 일본 표절이 가끔 문제가 되는 것은 그만큼 일본이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리와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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