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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기자의 증시읽기] 자산재평가는 '기업 화장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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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기자의 증시읽기] 자산재평가는 '기업 화장발'

입력
1999.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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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에서는 이미 기원전 6,000년경에 눈 화장용 팔레트가 사용됐다고 한다. 그만큼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기술은 뿌리가 깊다.기업도 가끔 「화장」을 한다. 보유자산을 시가로 다시 계산해 장부에 올리는 자산재평가는 일종의 기업화장이다.

지난주에는 1일을 기준으로 자산재평가에 착수한다고 공시한 기업이 14개에 달했다. 자산재평가는 일년에 네번, 매분기 첫날을 기준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이맘때면 재평가공시가 크게 늘게 된다.

『자산재평가를 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두면 좋으냐』는 의문을 갖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10년전에 1억원짜리 땅을 사둔 기업이 있다고 치자. 그동안 땅값이 10배로 뛰었지만 장부에는 여전히 1억원짜리 자산으로 잡혀있다.

이를 재평가, 10억원으로 장부에 기입하면 가만히 앉아서 자산이 9억원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자산이 늘어난만큼 부채비율(부채/자산)은 낮아지고 대외신인도는 높아진다.

또 늘어난 자산으로 주주배려차원에서 무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중·장기투자를 해볼만한게 사실이다.

코스닥등록을 앞두고 지난달 공모를 실시한 해성산업의 청약경쟁률이 58대1이나 된 것도 10년간 자산재평가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매력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장」의 효과는 단숨에 나타나는 게 아니다. 무상증자 실시설(說)로 지난달 주가가 급등한 한국타이어의 경우 자산재평가 착수일은 1년3개월전이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재평가착수를 공시한 기업보다는 재평가결과를 확정공시한 기업들을 눈여겨 보는 것이 좋다. 재평가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전력은 1월1일 재평가를 실시, 자산이 9조3,000억원이나 불었지만 재평가이익에 대해 내야 하는 세금이 2,624억원에 달했다. 이익은 장부상 숫자지만 빠져나가는 세금은 진짜 돈이다. 그만큼 현금흐름이 나빠진다.

재평가를 실시해도 무상증자를 실시할만큼의 여유(내부유보)가 생기지 않고 오히려 세금만 빠져나갈 기업들은 투자대상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금융감독위원회가 최근 자산재평가를 통한 대기업들의 재무구조개선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따지고 보면 「화장발」에 속지 않겠다는 말이다. 김준형기자navi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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