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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프랑스국민 행복리스트 1위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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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프랑스국민 행복리스트 1위는 '가족'

입력
1999.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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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대전환기에 인간이 보편적으로 추구하는「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지구 반대편에 사는 서구인의 세기말 가치관은 한국인들과는 다를까. 그렇다면 어떻게 다를까.건강 가족 노동…. 프랑스국민들이 강조하는 행복의 목록들은 소박하고 평범한 이런 어휘들이다. 최근 프랑스가족연맹이 9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0년대의 정치적 동경이나 절대자유 추구, 80년대의 화려하고 때로는 비틀어진 야망들은 이제 더 이상 프랑스인들의 행복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이 지적하는「기쁨」의 3대 원천은 친구 가족 부부이다.

전통적 가족관이 많이 무너진 게 프랑스의 최근 세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가족」을 행복의 최우선 척도로 삼고 있다. 조사결과 부부 또는 동거인간의 성실한 태도와 자식 키우기가 최고의 행복으로 꼽혔다. 다음으로 건강, 친지들의 행복 등이 행복리스트의 상위에 올라 있다. 사회적 출세나 큰돈은 행·불행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말석에 밀려나 과거와 사뭇 달랐다.

지난 20년간 세상풍속의 변화와 행복의 함수관계에 대한 응답결과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인식의 부활이다. 프랑스인들은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유지하는데 인간사회의 예절이 은퇴연금이나 출세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상대방의 거친 말이나 분별 없는 행동이 행복을 깨는 주요 요인이라고 새삼 눈을 뜬 것이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과거의 자유분방한 풍속과 언행이 행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혼과 재혼 등으로 인한 가족의 재구성과 사회 계층계급의 변동도 행복을 퇴보시킨 마이너스요인들로 꼽혔다. 반면 생활을 편리하고 안락하게 만들어준 각종 도구들의 개발과 교육제도의 발전 등은 개인의 행복수준을 높인 긍정적 발전으로 지적됐다.

예전에 프랑스인들은 개인정원을 갖는 게 한결같은 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한 마디로 종합하면 현재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만 없으면 『그걸로 됐다』는 것이 밀레니엄을 건너가는 프랑스인들의 행복철학이다. 개인주의적이고 소시민적인 이런 안분지족(安分知足)이 프랑스를 장수국가로 만드는 비결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파리=송태권특파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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