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1병에 110만원, 과일 한 접시에 80만원」
미 일리노이주 공무원인 미국인 A씨는 지난 주 국내 중견 컴퓨터업체인 P사와 무역협상을 위한 출장길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N단란주점을 들렀다가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
2시간여 동안 혼자 마신 술값이 무려 1,170여만원. 계산서에는 시바스리갈 5병에 550만원, 과일 80만원짜리 5접시 560만원 등. 더 어처구니 없는 일은 과일항목 바로 밑에 8만원짜리 과일 3접시 24만원이 별도로 기재된 것.
그는 현장에서 술값내역을 따지려 했으나 말이 안 통하자 P사 사장 박모씨를 통해 관할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서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1병 남짓 마셨는데 5병으로 계산된 것도 납득할 수 없다』는 항의와 함께 업주처벌을 요구하고 계산서를 증거물로 제출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의 납득할 수 없는 조치에 더욱 분노하게 됐다. 경찰은 업주와 「협상」을 통해 술값을 300만원으로 깎아 재청구케 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담당 경찰관은 『피해자가 술값이 너무 비싸다고 해 적당히 줄여주고 사건을 종결했다』며 『이태원에서 외국인에게 술값 바가지 씌우는 일은 다반사여서 일일이 조사를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측은 『경찰이 명백히 불법인 사안에 대해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고 불의와 타협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만약 이런 일이 관행이라면 제2, 제3의 피해가 잇따를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태원 일대는 97년 9월 당시 문화체육부로부터 관광특구로 지정된 서울의 외국인 관광명소로 서울시로부터 각종 행·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주거지역 제한에 따른 건물용적률 규제 등을 풀기 위해 준주거·상업지역으로 용도를 완화할 움직임이다. 업주들도 이태원 부흥을 위해 바가지상혼 철폐 등 자율규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 이태원상가 번영회의 한 관계자는 『일부 악덕업주들 때문에 이태원 전체 이미지가 더럽혀져서는 곤란하다』며 『경찰이 불법을 눈감아주고 잘못된 관행과 타협하는 것은 대다수 선량한 업주들이 바라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형법상 「바가지」는 사기혐의가 적용돼 업주에 대해 「7년이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중형사유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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