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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칼럼] "밀레니엄 베이비 참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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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칼럼] "밀레니엄 베이비 참아주세요"

입력
1999.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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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전설같은 이야기 「콩나물시루」교실. 20여년전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선 100명의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공부했다. 오전·오후반으로 2부제 수업을 했고 빽곡히 놓인 책상때문에 교실통로는 겨우 한 사람이 다닐 정도로 좁았다. 아이들은 제각각 떠들어댔고 선생님의 쉰 목청은 가라앉을 줄 몰랐다.함께 살아간다는 공동체의식보다는 무한한 경쟁과 누구를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남을 이해하는 아량, 그리고 서로 돕는 마음가짐이 부족한 인격형성으로 인해 인생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경험했다.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동년배 중 오늘날 번듯한 자리에 선 이들은 해냈다는 자부심, 그리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화려한 인생의 중반기를 즐기고 있겠지만 나는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늘 마음 한구석에 맴도는 승부겨루기 속성의 어둠을 떨치지 못했다.

결혼한 지 5년이 넘은 후배 하나가 계속 출산을 미루다가 요즘 아이를 갖겠다고 난리다. 유행하는 「밀레니엄 베이비」일 게다. 자신의 2세가 새로운 천년의 기점에서 태어나 가정에 행복과 새 세기의 의미를 안겨준다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새 천년을 맞는 기대가 과연 우리 모두에게 희망만을 안겨줄 수 있을까. 보통 한해 대입수능시험 응시자가 40만명선인 걸 감안하면 무려 75만명으로 예상되는 「밀레니엄 베이비」는 또 다른 세기의 2부제 수업을 연상케 한다.

물론 시대가 변하고 문화와 환경, 그리고 첨단 과학혁명이 함께 하리라는 확신은 있다. 그러나 그런 시대적 변화가 과연 「밀레니엄 베이비」들의 성장 환경에 발전적인 계기로 작용할 지 의문이다.

아이들은 「똑똑한 사람」보다는 「현명한 사람」, 「난 사람」보다는 「된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 새 천년의 밝고 건강한 사회, 모두가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더 이상 한 세대가 희생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미래의 발전을 위해서 함께 달려가는 것만으로도 바쁜 시간에 「밀레니엄 베이비」를 기대하는 부모들의 현명한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황정은

35·삼성복지재단 홍보담당과장

21세기 콩나물시루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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