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져 가는 가운데 54번째 식목일을 맞는다. 우리가 식목일을 정하여 나무 심기와 가꾸기를 권장하는 것은 나무가 경제적 수익만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많은 것을 주기 때문이다. 나무는 정서적 위안 뿐 아니라, 빗물을 흡수·저장하여 토사유출을 방지해주며 대기를 정화해 준다. 또한 기후변화를 막음으로써 생물의 생존에 필요한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혜택을 준다.우리는 해마다 식목일을 맞으면서 단시일 안에 산림녹화를 성공시킨 국민으로서 긍지를 느낀다. 우리 산야를 푸르게 만든 것은 정부의 투철한 산림녹화 의지와 국민의 협조, 독림가들의 헌신적인 나무 가꾸기 등이 결합되어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산림녹화에 성공하여 숲은 있으되, 나무다운 나무는 없다』는 자성의 소리에도 귀 기울일 때가 되었다. 우리의 산야는 녹화사업을 겨우 성공시킨 단계에 불과하다. 우리는 나무 축적량이 우리의 4~5배가 되는 독일이나 일본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으므로 제2, 3단계에 해당하는 산림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우선 현재의 울창해진 잡목 대신 목재로 사용할 수 있는 경제림을 육성해야 한다. 우리는 목재수요의 95%를 수입용 목재로 충당하고 있다. 우리가 꾸준히 경제림으로 대체해도 목재자급률은 2030년에 가서나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경제성 있는 나무로는 중부지방은 잣나무와 낙엽송, 남부지방에는 삼나무와 노송나무가 적합하다고도 권하고 있다. 수종도 속성수 보다는 장기수나 유실수로 바꿔가야 한다. 최근 연구팀이 카드뮴·납 등 중금속을 빨아들여 환경을 정화하는 나무를 개발한 것은 우리의 육림연구가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고무적인 증거다.
IMF 체제의 영향이긴 하지만 지난 해부터 실업자들이 투입돼 나무 간벌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 역시 잡목을 경제림으로 바꾸는 작업인데, 지난해는 연인원 140만명이 투입되었고 올해는 480만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간벌사업은 한시적 실업대책을 넘어 꾸준히 전개돼야 한다.
과학적 육림을 위해 현재의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나무가 겨울잠에서 깨어 활동을 시작하기 전, 즉 언 땅이 녹기 시작할 때 심어야 뿌리가 잘 내리고 성장도 빠르다는 주장이다. 4월초는 이미 전국 각지역에서 나무의 생장활동이 시작된 뒤여서 생존율이 떨어진다고 한다. 실제로 지자체 중에는 이미 3월 중순 정도에 식목행사를 앞당겨 실시하는 곳도 많으므로, 정부가 타당성 여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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