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방송이 3일 코소보의 「인종청소」 참상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단독 입수, 보도했다.BBC는 테이프내용이 너무 끔찍해 화면은 편집해서 방송하고 내용은 말로 전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장은 코소보주 남서부 프리츠렌 부근의 크루사 마을이고 학살은 세르비아계 군과 경찰이 마을을 점령한 3월 25일 밤에 일어났다.
남자 100명 이상이 살해됐고 불에 타버린 시신, 머리가 완전히 부서진 시신 등이 2~10구씩 포개져 폐허가 된 건물, 밭에 아무렇게나 버려졌다.
참극을 촬영한 사람은 이 마을에서 결혼식 비디오촬영을 해온 알바니아계 밀라인 벨라니차.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떼의 세르비아인들이 언덕위를 막아서고 다른 한 떼의 세르비아인들이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언덕 아래에서 몰아 붙잡은뒤 한명씩 차례로 살해했다』고 사냥식 집단학살임을 강조했다.
학살을 목격한 그는 1주일 동안을 산속에 숨어지내다가 세르비아인들이 물러간 뒤 시신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어 목숨을 걸고 알바니아 국경을 넘어 BBC측에 테이프를 넘겼다.
벨라니차는 『내가 확인한 시신들은 모두 머리 뒷부분이나 목에 총을 맞고 숨진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그는 특히 BBC에 희생자들 중 자신의 학교 동창 등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26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코소보해방군(KLA)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농부들』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세르비아 군·경이 마을에 접근했을 때 대부분의 주민은 마을을 빠져나가 달아났고, 남은 사람들은 모두 살해됐다. 희생자들은 『설마 경찰이 사람을 죽이겠는가』하는 생각에 마을에 남았거나 달아나다 붙잡혔다는 것이다. 마을을 덮친 군·경은 100여명이었고 일부는 복면을 하고 있었다.
『나의 아들과 손자, 또 그다음 세대가 세르비아인들이 알바니아계 주민들에게 저지른 짓을 결코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장면을 촬영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공신력있는 BBC의 보도는 영국은 물론 유럽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주며 지상군 투입의 강경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로빈 쿡 영국 외무장관은 『코소보에서 저질러 지고 있는 인종청소의 잔인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도 비디오테이프가 그동안 코소보에서 탈출한 난민들의 증언을 입증해주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신윤석기자
ysshin@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