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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젊은층 수혈론'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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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젊은층 수혈론'의 조건

입력
1999.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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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대통령이 제기한 「젊은층 수혈론」에 점차 힘이 실려 가고 있다. 여권 주변에는 벌써 「젊은층」을 표방하는 모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대통령은 새인물의 정치권내 유입을 통해 여권을 물갈이 하는 한편, 그 여세를 몰아 큰 구도의 정계개편을 그려 나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이 논의의 저변에는 내년 봄 총선에서의 승리와 전국 정당으로서의 발판 마련, 정권재창출 등의 전략적 복선이 깔려 있을 것이고, 공동정권의 과제인 내각제 개헌문제를 염두에 둔 고도의 정치적 계산도 있을 것이다.사정이 어떠하든 정치권 물갈이의 당위성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국민회의 경우만 하더라도 한때의 민주화 투사로서는 적합했을지 모르나, 21세기를 이끌어 갈 정치인으로는 부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김대통령이 제기한 젊은층 수혈론의 순기능적 측면에 수긍하면서 이 논의가 실천에 옮겨지기 전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젊은층 수혈에 앞서 정치권은 그에 합당한 제도적 장치를 비롯, 참신한 정치관행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낡은 틀을 놓아둔 채 사람만 바꾼다고 해서 새로운 정치가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3·30 재·보선을 통해 작금의 제도와 틀, 정치관행이 얼마나 부실한가가 또 한번 여실히 드러났다. 돈 안들이는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새틀을 짠 뒤 거기에 맞게 사람을 충원해야 한다. 차기 선거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거에 나갈 사람을 물색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둘째, 미래지향적인 전문가 그룹이 정치권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영입이 이념지향, 또는 재야 특정그룹 특정단체에 치우쳐서는 안된다. 정치권에는 DJ 대통령 만들기에 참여했던 인사들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영입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말이 나도는데 그것이 헛소문이기를 바란다. 대학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대학사회에서 빨리 출세하려면 공부보다 운동권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이 퍼져 있었던 상황을 정치권은 깊이 새겨야 한다.

셋째, 당의 운영체계를 민주적으로 바꿔 권위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정당의 운영체계는 60~70년대와 크게 다를바 없으며, 3김정치의 오랜 토양 위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토양에서는 토니 블레어가 나올 수 없다. 젊은층 수혈론이 향후 어떻게 전개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갈 것인지에 대해 국민은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 보고 있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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