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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경질] 사상논쟁에 개점휴업 정책기획위 되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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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경질] 사상논쟁에 개점휴업 정책기획위 되살리기

입력
1999.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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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崔章集)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의 전격 퇴진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집권2기를 맞아 단행하는 전열정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최위원장이 사상논쟁에 휘말리면서 정책기획위원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황에 처하게 되자, 청와대는 정책기획위원장을 일할 수 있는 인물로 교체키로 한 것이다. 경제회생 정치개혁 등 중대현안을 앞에 두고 정책기획위가 국가적 아젠다를 발굴, 정치흐름을 선점해야 하는데도 최위원장이 사상논쟁의 상처 때문에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게 청와대의 생각이었다.청와대는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최위원장의 교체를 자진사퇴라며 『정책기획위의 성격이 변해 최위원장이 물러난 것』이라고 강변했다. 김한길정책기획수석은 『정책기획위가 새 천년과 관련된 기획을 했으나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새천년위원회」를 두기로 하는 법이 통과됐다』면서 『이로인해 위원회간 업무조정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김수석은 『정책기획위의 주 업무가 새천년위원회로 넘어가고 정책기획위는 경제자문 쪽으로 방향을 바꾸자는 논의가 있었다』면서 『최교수가 이런 논의를 전해듣고 사표를 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위원장의 반응, 사표제출의 과정이나 청와대 관계자들의 비공식 코멘트를 보면, 자진사퇴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최위원장은 사표제출 다음날인 2일 아침 경위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거야 해임인데 청와대가 알 지,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냉소적으로 반문했다. 뿐만아니라 최위원장은 『며칠전 그쪽(청와대)에서 내라고 해서 사표를 냈다』고까지 말했다.

얼마 후 최위원장은 다른 통화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기 위해』 『정책기획위의 역할이 변해서』라고 톤을 낮췄지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최위원장은 『개혁에 동참, 기여하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러나 상황이 학자로서 역부족이라는 느낌을 갖게해 물러났다』고 어두운 여운을 남겼다. 외형상 자진사퇴였지만, 내용상으로는 경질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결국 최위원장의 사퇴는 그가 간판으로 있는 한 정책기획위의 어떤 「작품」이든 사상논쟁, 보수파의 견제로 빛이 바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최위원장에 대한 자민련의 예민한 시선도 작은 영향을 미쳤다. 정치개혁, 내각제문제, 내년 총선이라는 정치스케줄을 앞두고 여권이 최교수의 사상적 상처를 감싸안고 가기에는 너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정책기획위의 한 관계자는 『학자들은 자존심을 먹고 사는데 전격 경질은 예의가 아니다』면서 『그의 경질은 명분 보다는 실용적 계산이 앞선 조치』라고 평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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