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미니시리즈 '왕초' 거지왕 김춘삼역 맡아 -자고나니 유명해졌다. 신기루였다. 그리고 이미지가 만든 인기의 허상을 목격해야만 했다. 『버터 기름기를 완전히 빼겠습니다』 뼈 아픈 한 마디가 터져 나왔다. 5일 첫방송되는 MBC 월·화 미니 시리즈 「왕초」에서 주연 김춘삼 역을 맡은 차인표(32).
3월 31일 MBC 10층 시사회장. 금테 안경 너머의 눈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안 그런지, 손은 연신 차가운 안경테를 만지작거렸다. 인터뷰하는 내내 손에 잡히는 종이를 구겨댔다. 그리고 식당에서도 젓가락 포장 비닐을 쭉 찢었다.
초조한 것인가? 그는 거지왕 김춘삼에 연기 생명을 걸었다. 『김춘삼 역은 제 연기 인생에 한 분수령을 이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변신할 겁니다』 결연하다.
MBC 22기 탤런트 중 심은하와 더불어 데뷔작 한 편으로 일약 스타 대열에 오른 차인표. 「사랑을 그대 품안에」서 밤알 깎은 듯 준수한 외모와 이미지로 얻은 벼락 인기. 그러나 그 잔영은 오래가지 못했다.
군제대후 출연한 「별은 내가슴에」에서 주연인 자신보다 조연인 안재욱에 쏟아지는 환호를 옆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충무로에 진출, 「짱」의 흥행 실패를 체험했다. 『시청자는 변했는데 저는 변신에 안이한 대처를 한겁니다. 멋진척 겉멋든 폼잡는 역으로는 이제 승부하지 않을 겁니다』
생존한 김춘삼씨를 일부러 만나지 않았다. 그의 말에 연기가 영향을 받을까 걱정이 됐기 때문. 자신만의 김춘삼 캐릭터를 창출하기 위한 욕심이 발동해서다. 서울역 노숙자도 만났다. 거지들이 먹는 음식도 여러차례 먹었다. 김춘삼 관련 책자도 읽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헌 군복도 구입했다. 그렇게 서서히 김춘삼에 몰입했다. 첫 회 방영분에서 쓰레기 음식을 먹는 장면은 안쓰럽지 못해 처연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그가 이번 작품에 쏟은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요즘 아내 신애라도 차인표의 번지르르한 기름 빼기에 동참했다. 『양식보다는 김치찌개를 주로 먹습니다. 아내가 요리한 거죠』 이래도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겠냐며 반문한다. 『앞으로 도회지풍 외모에 어울리는 트렌디 드라마에는 출연하지 않겠습니다. 시대극이나 성격연기를 표출할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선별할 생각입니다』고 강조한다.
연기 생활 못지 않게 일상 생활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 해 12월 아들 정민이가 태어나면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집에는 시계가 하나 더 생겼다. 아기시계. 부부가 교대로 아이에게 분유를 먹인다.
이제 방송만이 남았다. 시청자는 그의 변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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