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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동강엔 사람도 살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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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동강엔 사람도 살고있어요"

입력
1999.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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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동강)댐 논란의 진정한 피해자는 누구일까.1일부터 시작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김범명·金範明·자민련)의 이틀째 영월(동강)댐 현장조사에서 의원들은 수몰예정지역 주민들을 면담, 애로사항을 듣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룡동굴과 동강일대 자연생태 등을 탐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이 완강하게 의원들의 동강출입을 막는 바람에 동강탐사는 「동강」났다.

정선군 신동읍 운치리와 가수리 주민 100여명은 2일 아침부터 경운기로 동강 진입로를 막고 경찰과 대치했다. 의원들은 주민대표를 만나 현지조사의 취지와 답사필요성을 설명하며 설득했지만 주민들은 『생계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아무도 동강에 갈 수 없다』며 버텼다.

『우리는 댐 건설을 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조상대대로 물려온 삶터를 빼앗기고 싶겠습니까』 주민들의 주장은 절박했지만 간단했다. 건설이든, 백지화든 하루빨리 결정해달라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댐건설을 원한다』는 수자원공사의 얘기는 사실이 아니었다. 한 주민은 『댐 건설 여부에 대한 명확한 결정을 내려 수몰예상 지역 주민들도 농사를 짓고 살수 있도록 해달라』고 울부짖었다. 댐건설지로 지정된 이후 10년. 영농자금지원등 생업인 농사를 짓기위한 지원과 환경을 빼앗겨 왔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깔려 있었다.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오락가락하는 정부와 수자원공사, 주민들의 생계대책과 고민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는 환경단체, 말썽많은 현장을 한번 둘러보러온 의원들, 모두에게 불신을 나타냈다.

주민들은 지루한 공방사이에 끼인 등터진 새우의 형국이다. 댐건설을 둘러싼 세인들의 복잡한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강은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영월=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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