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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채축소' 재벌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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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채축소' 재벌의 두얼굴

입력
1999.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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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 채를 파는 데도 수개월이 걸리는 데, 수천억원 짜리 공장을 재고 처분하 듯 단번에 팔 수 있습니까. 올해안에 부채비율을 200%이내로 축소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전경련 고위관계자의 항변이다.정부는 최근들어 5대재벌의 부채비율 축소를 소리 높여 독려하고 있지만, 그들의 얼굴은 앞과 뒤가 다르다. 으름장에 못이겨 겉으로만 「공약(公約) 이행」을 다짐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실적 불가론」이 우세하다. 재계 일각에서는 『모양새만 갖추면 정부가 면죄부를 주기로 했다』는 사전양해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300%가 넘는 부채비율(삼성그룹은 제외)을 200%까지 끌어내리는 일은 무척 난해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일부 재벌들의 현실적 불가론은 설득력이 약하다. 삼성은 자산가치가 땅에 떨어졌던 지난해 중장비사업을 볼보에 팔았고, 대상그룹은 알짜중에 알짜로 꼽히던 라이신사업의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일신했다. 올해는 사정이 훨씬 좋아졌다. 바로 주가상승이다. 주식추가발행(유상증자)을 통한 재무구조개선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이다.

『해 봐야 안된다』는 식과, 『최선을 다하면 해낼 수 있다』는 자세는 그 결과에서 상당한 차이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재계가 지난해 초 연말까지 50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하겠다고 나섰을 때, 정부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굽히지 않고 400억달러의 흑자를 이뤄내며 우리경제가 환란(換亂)에서 벗어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의지가 없으면 그 과정과 결과는 수준 이하일 수밖에 없다. 김동영 경제부기자 d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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