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 '질주' '택시' 잇단 개봉 -그는 「시네마천국」의 환상 속에서만 살지 않는다. 원죄처럼 늘 「현실」을 지고 산다. 스페인 내란, 프랑코 독재의 암울한 시절을 거친 때문일까? 카를로스 사우라. 67세. 스페인을 대표하는 거장. 59년 「불량 소년들」로 데뷔, 40년 동안 27편을 만들어 칸영화제 5번, 베를린영화제에서 4번 수상.
우리에게 소개된 작품은 단 3편(카르멘, 엘 도라도, 안나 이야기). 화가 출신다운 시각적 아름다움과 역동적이고 다양한 표현양식, 뮤지컬 (피의 결혼식)과 춤(탱고)에서 대서사극 (카르멘)까지 폭넓은 장르의 섭렵.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현실과 극의 일치기법은 이미 오페라를 개작한 그의 「카르멘」이 16년전에 써먹었던 구성이다.
그의 영화 두 편이 뒤늦게 우리를 찾아온다. 「질주」(3일 개봉)와 「택시」(17일 개봉). 둘 사이에는 15년이란 시차가 가로놓여 있다. 그러나 그 아득한 거리를 관통하는 사우라의 정서는 끊어지지 않았다.
개인을 얘기하면서도 필연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사회, 그 억압적 사회가 개인에게 주는 고통, 그 고통에 반항하는 젊은이들의 고뇌와 방황과 좌절, 그것을 치유하는 사랑.
80년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탄 「질주」(원제 Deprisa Deprisa, 빨리 빨리)는 80년대 마드리드 젊은이의 초상이다. 그것도 개발과 자본논리에 밀려난 아웃사이더들의. 그들은 가난한 삶마저 밀어 내려는 도시개발의 경계선에 서서 그 도시를 저주한다. 질주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기존 가치관에 좀더 적응해 넓은 집, 컬러 TV를 사려는 사람들이다.
메카와 세바스, 파블로(안토니오 발델로마르)와 그의 애인 안젤라(베르타 자르코)의 강도 살인 마약흡입 죽음으로 가는 길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자유」다. 사우라는 80년 마드리드 뒷골목에서 그 군상들을 똑똑히 체험했고, 그들을 찾아냈다.
95년의 「택시」(원제 Taxi). 마드리드 청춘에는 여전히 평화는 없다. 신세대의 열린 마음을 옥죄는 것은 기성세대의 지독한 정치적 왜곡과 그에 따른 광기, 공동체적 삶의 상실이다.
평화란 「평화」를 듯하는 파스(잉그리드 루비오)란 여주인공의 이름에나 있다. 「택시」에서 택시기사인 파스의 아버지와 그의 친구 칼레로가 저지르는 인종대청소에는 정치적 도그마(파시즘)와 편견 (백색유럽 건설)뿐이다.
「고기와 생선」으로 비유하는 호모 아랍인 흑인같은 쓰레기가 있는 한 평화란 없다. 마치 코소보의 비극처럼. 그러나 사우라는 희망을 찾았다. 바로 젊은이들의 용기와 사랑에서. 어릴 때 친구였다 다시 만나 깊이 사랑하게 된 대니와 파스가 그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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