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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북한냉면 '오마니 손맛'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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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북한냉면 '오마니 손맛' 그대로

입력
1999.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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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낮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보라매아카데미타워 빌딩. 바겐세일이 한창인 백화점 입구처럼 사람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2층 한쪽에선 시끌시끌 왁자한 웃음소리와 흥겨운 노랫가락이 새어나온다. 한 식당이 신장개업을 하는 날이다.새로 문을 연 식당은 북한 문화예술부 가수 출신인 귀순자 김용(39)씨가 설립한 평양냉면집 「모란각」의 44번째 분점. 개점 첫날부터 330여평의 넓은 내부에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말그대로 「문전성시」다.

TV출연으로 얼굴이 잘 알려진 김씨와 「모란각」이란 상호의 유명세 덕택일까. 김씨가 일산신도시 호수공원 부근의 허름한 농협 창고를 개조해 1호점을 연 것은 96년 2월. 그 초라한 음식점이 북한냉면 붐을 일으키며 3년여만에 냉면으로는 국내 최대의 식당체인으로 급성장했다.

북한귀순자들 사이엔 지금 냉면전쟁이 치열하다. 89년 동독유학중 귀순한 전철우(32)씨가 운영하는 「전철우의 고향랭면」, 만수대무용단 춤꾼 출신인 신영희(38)씨 부부가 설립한 「진달래각」 역시 빠른 속도로 체인을 확장하며 「모란각」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누가 잊혀진 고향 손맛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할 것인가.

「모란각」의 주력 메뉴는 실향민들이 『고향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라며 감탄해 마지않는 평양물냉면. 꿩고기와 양지머리를 푹 고아낸 다음 야채국물을 섞어 숙성시킨 육수의 은근하고 구수한 맛이 특히 일품이다.

녹두 알갱이가 텁텁하게 씹히는 녹두지짐과 담백한 개성식 고기만두, 반찬으로 나오는 시큼한 백김치와 동치미도 쉽게 구경할 수 없는 별미.

김씨는 『자강도(평안도) 체육단에서 빙상선수로 활약하던 시절(70∼77년) 선수단의 식단을 도맡았던 「인민요리사」로부터 곁눈질로 배운 솜씨』라고 귀띔한다. 상반기중 북한냉면집으론 처음으로 미국 LA와 뉴욕, 일본 도쿄(東京)에 해외분점도 개설할 예정이다.

지난해 3월 문을 연뒤 불과 1년만에 체인가맹점수가 40개로 불어난 「전철우의 고향랭면」은 서울사람들 입맛에 맞게 메뉴를 다양화한 게 특징. 면발이 쫄깃쫄깃하고 새콤달콤한 함흥냉면, 톡 쏘는 가자미회에 고추장양념을 버무린 가자미식혜냉면등 냉면 종류만 10여가지에 이른다.

북한식으로 꽃핀을 머리에 달고 꽃무늬 저고리에 검정 치마 차림으로 일하는 여종업원들의 모습도 이색적. 『50∼60대 실향민들을 대상으로 수십차례의 무료시식회를 실시해 본토박이 고향맛을 재현했다』는 전씨는 『원재료 자체의 독특한 향과 맛을 살리기 위해 조미료나 첨가물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산점, 평창점에 이어 이달초 강남구 삼성동 뉴월드호텔 네거리에 3호점을 여는 「진달래각」은 「북한 상류층이 즐기던」 음식들을 선보인다. 정통 평양식과는 달리 메밀 가루에 갖가지 한약재를 섞어 면을 만드는 게 특징. 인삼 녹각 밤 꿩완자등을 곁들인 평양장수육과 영양만두국도 별식이다.

이 메뉴들은 전 북한노동당 재정경리부장(장관급)의 아들인 신씨의 남편 최세영(38)씨가 상류사회에서 맛본 각종 보양음식들을 재현한 것이라고 한다. 신씨는 『귀순자가 차린 음식점이 그동안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면 앞으론 「맛」으로 우열이 가려질 것』이라며 「맛 전쟁」에서의 승리를 자신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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