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필수일과였던 동전치기를 옆집 과일가게 형과 신나게 할 때였다. 그때 TV에서 흘러 나오는 말 두마디 「밀레니엄 버그」. 컴퓨터와 경제 쪽에선 깜깜 무소식인 나에게는 전혀 해석이 되질 않았다.그 형한테 물어볼까 했지만 그만 두었다. 차라리 지나가던 일곱살짜리 꼬마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 형이 아는 것이라고는 과일값하고 여자 꼬시는 법, 그리고 호떡 맛있게 하는 집, 동전치기 이기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없었다.
그때 형도 「밀레니엄 버그」가 무엇인지 궁금했던지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잠시나마 나는 당황했다. 그 형은 동산고가 천재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냐고? 내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눈부신 두뇌회전을 했다. 밀레니엄 버그…버그…버그….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라고 생각한 순간 내게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햄버거였다. 왜냐 하면 미국사람들은 혀를 잘 꼬기 때문에 햄버거를 햄버그라고 한 것 같았다.
『형, 그거 새로 나온 햄버그야. 따라해 봐. 밀레니엄 버그』. 그러자 형은 시퍼런 「배춧잎」을 꺼내며 『야! 그 밀레니엄 버그 두개 사와봐라』하는 것이었다. 난 내 확실치 않은 말을 믿고 사오라는 이 상황을 도저히 수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갑자기 아프다며 자리를 피했다.
그랬더니 형이 직접 슈퍼로 가는 게 아닌가. 난 혹시나 하는 생각에 형의 뒤를 좇았다. 형이 그 종업원에게 하는 말. 『요즘 새로 나온 밀레니엄 버그 두 개 주세요』
형, 그땐 많이 창피했지. 정말 미안했고. 우리 이제 「텔레토비」 같은 단순 프로그램만 보지 말구 뉴스 좀 보고 살자.
/노민수 ·경기 안산 동산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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