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총재의 선영인 충남 예산군 예산읍의 묘소 7기에 1~2개의 쇠막대기가 박혀있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친족들은 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저질러진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정치와 연결짓는 상상은 위험하기 짝이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신격호 롯데그룹회장 선친 분묘 도굴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알려진 이 사건은 세기말적인 사회병리 현상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총재의 조상묘에 쇠막대기가 꽂혀있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지난해 3월초라고 한다. 당시 이총재의 친족들이 흩어져 있는 조상묘를 선영으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예산군 대흥면에 있는 이총재 할머니의 묘에 길이 1㎙, 지름1㎝ 가량의 쇠막대기가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조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놋쇠로 만들어진 철근모양의 쇠막대기는 시신의 머리를 정확히 겨냥해 봉분 깊숙이 꽂혀 있었다고 전해진다.
풍수지리학자들은 분묘 해코지는 조상의 음덕이 후대에 미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미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쇠막대기를 박는 해코지가 본격적으로 저질러진 것은 일제때였다.
일제는 우리나라를 강점한 뒤 저항이 잇따르자 한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남산 인왕산 등 명산에 쇠말뚝을 박았다.
일제는 우리나라를 지배하기 위해 풍습을 연구하다가 땅의 맥이 공사(公私)생활을 지배한다고 믿는 한국인의 풍수사상에 관심을 갖고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
이 사건이 보도된 후 경찰은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씨 종친회나 선영관리책임자의 수사의뢰가 있어야 한다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고발이 접수되기만 기다리지 말고 즉각 수사에 나서 범인을 검거해야 한다.
그래야 이 사건을 둘러싼 세간의 풍문들을 잠재우고, 유사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롯데그룹 선영의 묘소 파괴 사건이 발생한 후 곳곳에서 묘지 도굴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도굴품을 노린 범죄로 짐작되고 있으나, 모방심리가 확산되면 원한이나 해코지 등으로 범죄가 다양화할 우려도 있다.
묘지 파손이나 도굴은 우리 문화에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다.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범인을 잡아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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