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R&B」, 「R&B 스타일의 발라드」…. R&B는 한국에서 음반을 팔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수식이다. 마치 힙합처럼.그러나 엄밀히 말해 한국에는 R&B 스타일은 있어도 R&B는 없다. 아니 아예 존재할 수 없는 지도 모른다. R&B는 생태적으로 그것을 위한 성대와 발성법이 전제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인으로 R&B를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실패를 반쯤은 인정하고 들어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박정현(23·UCLA대 2년 휴학중)을 두고는 R&B 가수라고 하는 이들이 많다. 「나의 하루」「P.S. I Love You」가 수록된 1집 28만장을 팔아 지난해 김현정_박정현으로 상징되는 여가수 돌풍의 주역이었던 그녀를 두고는.
『사실 1집은 가볍게 듣기 편한 노래, 그저 인사하는 정도의 앨범이었어요. 스탠더드한 팝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죠. 하지만 도전하는 게 좋아요. 박정현은 R&B 가수다, 이렇게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이번 앨범에선 R&B는 더욱 정통에 가깝게, 어쿠스틱 통기타를 쓴 노래는 더욱 서정적으로 불렀어요. 하고 싶었던 트립합(테크노 사운드에 힙합 리듬이 가미된 스타일)도 해봤고요』 2집 「Second Helping」을 낸 박정현의 자평이다.
박정현은 미국에서 태어나 L.A 지역에서는 알아주는 가스펠 가수로 활동하다 96년 12월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때문에 한국어 발음은 아직도 어색하다.
그러나 또렷한 한국어 발음을 댓가로 그녀는 리듬감을 익혔다. 흔히 「그루브(Groove)」하다고 하는 리듬감, 몸을 가볍게 해서 리듬 위에 살짝 올라 앉은 듯, 그녀의 창법에선 R&B의 가능성이 가장 크게 보인다.
리듬감이 2집에서는 좀 더 세련된 음악들과 만났다. 윤종신의 군대후배로 차세대 싱어송 라이터로 꼽히는 하림의 곡 「몽중인」은 R&B 스타일의 마이너 발라드로 이국적 정취가 물씬하다. 「이젠 돌려줄께」는 어쿠스틱 통기타에 여린 박정현의 목소리를 얹었다.
유럽에서 유행하는 트립합 스타일의 「바람에 지는 꽃」은 박정현이 꼭 해보고 싶었던 곡이다. 「고백」은 현악5중주와 호흡을 맞춘 팝 발라드 스타일의 「고백」.
이 노래는 「이젠 돌려줄께」와 함께 박정현이 작곡한 노래. 음반은 전체적으로 R&B 가수로서의 박정현의 가능성과 팝 발라드 가수로서의 안성맞춤인 그녀의 현재를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
9~5월2일 서울 호암아트홀과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 공연을 시작으로 대전 부산 전주 춘천 대구 천안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 (02)777_8474
/박은주기자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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