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니 선생님. 이게 무슨 콩이에요?』『응, 콩나물콩이야. 따뜻한 방에서 싹을 틔워서 텃밭에다 심어보자』. 서울 은평구 갈현2동 김미영(35)씨의 집 지하에 있는 방. 초등학생 10여명과 엄마들이 여러 종류의 씨앗을 들여다보며 궁금한 내용을 묻고 대답하고 있다. 이 곳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3학년생까지 모여 엄마선생님들로부터 「살아있는 교육」을 받는 대안학교이다.96년 품앗이 공동육아로 출발한 이 곳의 당초 이름은 「엄마사랑 유치원」. 당시에는 유치원교육을 했으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 주요 과목은 주산 바느질 요리 한문 자연관찰학습 등. 모두 30~40대의 전업주부 8명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가르치고 있다. 요리사자격증을 갖고 있는 이규정(39)씨는 철에 따라 주부와 어린이들에게 진달래화전이나 강정 등 별미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박경숙(36)씨는 학창시절 갈고 닦은 주산실력을 아이들에게 전수해 주고 있다.
농작물을 가꾸는 텃밭도 있다. 김미영씨의 시댁이 서오릉근처에 소유한 100평짜리 밭 한 켠에 엄마들과 아이들이 씨를 뿌리고 관찰학습을 한다. 지난해에는 무 고구마를 재배했고 올해는 콩 호박 등을 심을 예정이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집단여행. 학기 중에 한두 번은 정식으로 학교의 허락을 얻어 지방으로 떠난다. 지난해 가을에는 여덟가족 30여명이 함께 경주엑스포를 참관했고 겨울방학 때는 눈썰매장에서 눈싸움과 썰매를 타며 체력단련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시간이 많다보니 형 누나 언니의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옷은 물론이고 장난감 학습도구 책을 물려받는 것도 당연하게 여긴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 여기서 얻은 중요한 교육효과』라고 입을 모은다. 한 달 참가비는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등으로 내는 1만원. 간식은 엄마들이 돌아가며 준비한다.
엄마선생님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나름대로 공부도 한다. 매주 월요일에는 「풀무학교 이야기」「작은 학교가 아름답다」등 대안교육에 관한 책을 읽고 세미나를 열고 있다. 아이들에게 자연관찰학습과 농작물경작 등을 강조하는 것도 이 책에서 배운 「땅에 뿌리내리는 교육」「삶과 하나되는 교육」을 실천하려는 의도이다.
박경숙(36)씨는 『아이들 교육을 챙기면서도 생활협동조합의 직거래장터등을 통해 무공해농산물과 생활용품을 공동구입하면서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동육아연구원(02-3471-0606)에서는 서울과 지방에서 엄마들이 참여하는 대안학교형태의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설립지원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등을 제공하고 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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