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각종 유휴설비가 북한땅에서 효자 노릇할 날이 멀지 않았다. 정부는 IMF사태로 도산·방치되고 있거나, 경쟁력을 잃어 쓰지 않는 각종 생산설비를 북한땅에 이전·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우리 기업들이 북한에 유휴설비를 이전해서 북의 노동력을 이용하여 생산에 들어가게 된다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정개혁 보고회의에서 밝힌 유휴설비의 대북이전 추진방침은 시의적절한 대북 포용정책이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기업들이 북한에 유휴설비를 제공, 동업을 하면 돈벌이도 되고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의 유휴설비도 살리고, 북한의 산업발전도 돕겠다는 다목적 노림수다. 식량을 제공하는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치는 장기적 대처방안이다.
우리는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나아가 상호공존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기여하리라 본다.
무엇보다도 현재 심각한 식량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동포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구매력을 제고하는 일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남북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체 없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본다.
현재 남한에는 IMF체제이후 대충 어림잡아 약 20조원에 달하는 각종 유휴생산설비들이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공작기계나 섬유기계, 농기구, 전자조립, 건설장비등은 당장 북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품목들이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남쪽의 생산설비가 어우러지면 상당한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이같은 구상은 남북관계의 장래를 위해 매우 바람직하다. 우선 이같은 조치가 남북 상호간 신뢰를 회복하고 나아가 공존의 바탕을 마련하는데 기여하리라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의 자세다. 북한은 유휴설비라는 「유휴」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마치 남쪽이 처치곤란한 산업시설을 자신들에게 넘기는 듯한 반응이다.
정부가 나서서 설득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북한의 일방적 노무관리 역시 문제다. 북한은 기존 남북합작 사업장의 북한측 인력을 일정시간이 지나면 일방적으로 교체해 버린다.
사상적 해이등에 대한 우려때문이다. 이런 상황아래서 생산성이 오를리 만무하다. 이처럼 남북간의 합작·합영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선의공세가 언젠가는 북한의 두꺼운 외투를 벗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내부에서도 도전을 이겨내는 인내와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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