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진실은 무엇일까. 발칸전쟁에 얽힌 복잡함만큼이나 이번 전쟁에서 진실을 찾기란 지난하기만 하다.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2단계 공습이 한창이던 29일 나토는 『알바니아 지도자인 페힘 아가니가 일요일 세르비아군에 의해 처형됐다』 고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코소보사태의 참상에 다시 충격을 받았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나토군의 전선(前線)은 수도 베오그라드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31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에는 다음날 코소보 프리슈티나에서 아가니의 건강한 모습을 목격했다는 동료의 증언이 실렸다.
세르비아쪽은 어떤가. 서방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되고 있는 코소보 난민물결은 세르비아 국영방송(RTS)에는 한 장면도 비치지 않고 있다. 대신 베오그라드 인근 건물 잔해에서 울부짖는 여인과 아이들의 모습만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중이다. 반대로 미 CNN 방송은 시간당 8,000~1만2,000명의 난민이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대로라면 10시간내에 10만명의 난민이 생기고, 200만명이 거주하는 코소보는 7일만에 완전히 「공터」가 될 수 있다. 세르비아의 한 방송학 교수는 『CNN을 부정하고 싶지 않지만 누구도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안다』 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학살설에 시달렸던 알바니아계 최고 지도자 이브라힘 루고바는 31일 프리슈티나의 집에서 『세르비아측의 보호아래 건강하게 잘 있다』고 BBC방송에 밝혔다.
지금 코소보에는 유고측의 불허로 서방기자들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쏟아지는 전쟁소식들은 상호간 여론전(Public Relation War)의 부수물에 불과한 지 모른다. 이 전쟁에서 진실은 실종됐고 아무도 이를 책임지지 않는다. 다만 세르비아와 알바니아의 무고한 시민들만이 십자가를 요구받고 있다. hwang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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