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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층 실체를 벗긴다] "내돈 내가 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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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층 실체를 벗긴다] "내돈 내가 쓰는데..."

입력
1999.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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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싫어하는 사람 보지 못했습니다』 『어차피 물려받을 내 돈 내가 마음대로 쓰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 『돈많은 집에서 태어난 것이 「죄」입니까』「특금층 실체를 벗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특금층들의 항변이다. 특금층의 과소비와 향락지상주의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 마음대로」라는 개인주의와 「돈이면 전부」라는 황금만능주의. 특금층은 이같은 가치관을 유포시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사실 특금층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현재 5억원이상 개인 고객들의 계좌수는 1만8,400개로 계좌당 평균 13억8,600만원꼴. 문제는 피라미드 구조처럼 정점에 자리잡은 특금층들의 무분별한 소비·향락이 중산층등 아류집단을 거쳐 서민층에까지 번지면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 있다.

대표적인 것이 특금층의 「저변확대」. 서울 역삼동 모 룸살롱 마담 L씨(27). 『재벌2세보다 무서운 사람들이 부동산졸부와 사채업자, 대형유흥업소 등의 자식들이에요. 이 사람들은 돈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가끔 특금층 사이에 회자되는 「하룻밤 1,000만원 신화」들의 주인공은 대부분 이들이라는 얘기이다.

특금층 K씨(27)는 『90년대 초반 오렌지족들이 유명해지자 지방 부동산졸부의 자식들이 대거 상경, 압구정동에 진출하는 등 「유사 오렌지족」들이 많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결국 무분별한 과소비를 선망하는 일부 계층이 부를 토대로 특금층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풍조는 IMF이후 값비싼 외제 수입브랜드가 「귀족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더 많이 팔리는 이변으로 나타났다. 한때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몰려있던 외제 수입브랜드 상점들은 올초부터 앞다투어 각 백화점 코너로 진출하면서 매달 수억원대의 매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특금층이 될만한 재력이 없으면서도 이들을 모방하려는 철없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점. 회사원 이모(30)씨는 『특금층과 자주 어울리면 어느새 사고방식과 행동이 그들을 닮아가게 마련』이라며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특금층 못지 않게 펑펑 쓰다가 결국 카드빚만 수천만원대가 돼 파산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결국 특금층을 모방하려는 심리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한다」는 극단적인 황금만능주의로 이어진다. 10년간 398개의 보험에 가입한뒤 고의로 교통사고 등을 내고 보험금 8억4,000여만원을 받아내다 지난달 25일 경찰에 적발된 일가족 보험사기단. 경찰관계자는 『이들은 10여년간 뚜렷한 직업을 갖지 않은채 가족 모두 사기행각을 벌여서 받아낸 보험금으로 대학생 딸까지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호화생활을 해왔다』고 밝혔다.

더구나 IMF이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수그러들지 않는 특금층의 무절제한 소비와 향락은 계층간의 위화감을 불러 사회의 안정을 위협한다.

한국사회의 든든한 허리가 됐던 중산층은 IMF이후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버렸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IMF이전 국민의 53.1%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자처했으나 이후 비율이 34.8%로 떨어졌다. 배고픔과 가난은 수많은 「장발장」을 만들어내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4분기에 구속된 단순절도범은 4,375명. 97년 동기(2,475명)에 비해 무려 76.8%나 증가한 숫자다.

자식의 분유값을 마련하기 위해 절도행각을 벌이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화려한 네온사인을 뽐내는 고급 룸살롱이 흥청거리는 딴세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이 IMF이후 우리 사회의 풍경이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金皓起)교수는 『서구처럼 실업자와 극빈층을 위한 사회적 안정망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양극화가 심화하면 절망에 빠진 일부 극빈층이 우발적인 집단소요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별취재반

*[특금층 실체를 벗긴다] 특금층의 '악어와 악어새'

특금층 곁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북적댄다. 향락비용을 대주는 「스폰서」(후원자)가 있고 유명 연예인등 파트너를 제공하는 전문 중매꾼들이 대기하고 있다. 함께 놀아주고 주변일을 해결해주는 「집사족」과 이들의 「간택」을 기다리며 주변을 맴도는 「신데렐라족」도 있다.

특금층들은 수십명의 스폰서와 중매꾼, 집사족들과 후보 스폰서군들을 거느린다.

우선 특금층과 스폰서는 향락과 청탁을 주고받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이다. 대부분 정·재계의 특권층으로 분류되는 특금층 주변에는 「준비된 스폰서」들도 널려 있다.

재벌가의 2세 A는 이틀에 한번 꼴로 강남의 고급룸살롱 등 유흥가를 전전한다. 300만~400만원이 하루 밤사이에 없어지지만 A가 결제하는 경우는 드물다. 동석했던 물주가 미리 계산하기 때문이다. A는 어렵지 않게 연예인들과 만난다. 본인이 원하기도 전에 파트너 제의가 곳곳에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유력가 아들 B씨에게는 늘 스폰서가 붙어다닌다. 향락경비는 물론 해외여행시 도박자금도 여유있게 제공받는다. 한번 원정시 600만~1,000만원이 들어가지만 워낙 스폰서 희망자들이 줄을 잇는다.

A에게 접근한 사업가 C씨는 최근 A아버지 회사의 하청업체 후보군으로 등록됐다. A가 아버지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이며 회사간부에게 청탁성 압력을 넣은 것도 주효했다. 도우미 업체를 운영하는 D씨는 A아버지 회사 행사 등에 전문 참여업체로 들어가려 애쓰고 있다. 이를위해 A에게 연예인 파트너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 B의 스폰서를 자청한 사업가 D씨는 정치적 신분상승이 목표다. B아버지에게 접근하기 위해 B를 징검다리로 이용하고 있다.

스폰서와의 연결고리는 집사족들이 맡는다. 「집사」들은 새로운 향락프로그램을 개발해 스폰서를 직접 찾기도 하고 또다른 특금층과의 유대강화에도 한 몫을 한다. 특금층과 친분이 두터운 학교 선·후배나 동료들이 대부분. 향락잔치의 주요 멤버로 참여하면서 특금층의 향락문화를 부채질하거나 편승하고 있다.

이들의 파트너는 신데렐라족. 특금층과의 만남으로 고가의 선물을 받거나 광고 모델의 기회를 잡으려는 예비 연예인들이 대부분이다. 인기 스타들은 단가가 더욱 높아 자동차까지 선물받기도 한다.

특금층 Q씨. 『술자리는 항상 준비돼 있어요. 전화 한통이면 동석 멤버와 스폰서, 파트너까지 모두 구해집니다. 술을 사주겠다는 사람들과 연락책들, 그날의 파트너들이 모두 널려있기 때문에 어디가 보다 재미있는 술자리인가 구별하는 고민만 있습니다』

특별취재반

*[특금층 실체를 벗긴다] 돈 출처와 사용내역

특금층은 무슨 재주로 상상을 초월하는 돈잔치를 벌이는 것일까. 그 돈은 어디에서 나오고 지출 명세는 어떤 모습일까.

한 재벌 2세(30)는 『돈많은 부모에게서 사전에 변칙으로 상속받은 돈이 대부분』이라며 『용돈을 타서 쓰는 축보다는 한 번에 목돈을 받아 펑펑 쓰는 애들이 많다』고 전했다.

병역을 필하고 대학을 졸업한 20대 후반 이상의 특금층들은 부모들로부터 「준(準)유산」격으로 사업자금이나 생활비를 받는다. 20대초반의 오렌지족이 용돈에 의존했던 것과는 달리 어른대접을 받는 셈이다.

특금층 가운데서도 통이 크다는 평을 받는 G(28)씨는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아버지로부터 수십억원의 「유산」을 미리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몇년전 5,000여평의 대지를 판 200억원중 수십억원을 G의 주식계좌에 넣어주었다. G는 이중 상당부분을 IMF직전 현금화하고 달러로도 바꿔 돈벼락을 맞았다.

또 지난해 6월 강남구 번화가에서 수입차 전시·판매장을 유학파 친구와 함께 경영하다 70여억원을 날린 뒤 손을 턴 L씨도 모 중견그룹 오너의 2세다. 특금층 세계에서는 아버지로부터 수십억원을 지원받은 것도, 순식간에 거덜낸 것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무게는 떨어지지만 간혹 「용돈형」도 있다. 재벌가의 경우 부모가 돈을 주지 않더라도 친인척이 간간이 주는 용돈만으로도 특권층의 「품위유지」에 넉넉하다. 말이 용돈이지 한 번에 웬만한 대기업 사원 월급의 서너배가 된다.

쉽게 얻은 돈은 쉽게 나가게 마련. 술값과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허세」유지에 주로 쓰인다. 롤스로이스, 포르셰등 최고급 외제차 수집에 수억원을 쏟아붓는 2세들도 많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모그룹 2세 B씨는 만나는 여자들에게 수천만원대의 카르티에 시계를 선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진짜 큰 돈이 흘러드는 곳 중 도박을 빼 놓을 수 없다. 황금족 A씨는 주말에 홍콩이나 마카오 일본등으로 정기 원정도박을 간다.

자신들이 노는 「물」과 관련된 유흥업소나 고급카페 등의 창업에 투자되기도 한다. 강남의 유명 나이트클럽 사장은 겉으로는 J씨로 돼 있으나 전주(錢主)는 명문대 출신의 부유층 자제 4명으로 알려졌고 유명 S룸가라오케사장도 돈많은 30대 초반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급유흥업소 출입자를 내사하다보면 20대 후반이 유독 많다』며 『우리 부모들은 학업을 마치기 전에는 돈을 듬뿍 주지 않기 때문에 20대 후반 이후가 사치향락의 절정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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