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재무구조개선 약속 중간점검 -- 1·4분기 실적, 크게 부진. 정부 재무구조개선 강력 압박 -
- 돈 되는 사업도 팔아야 부채비율 200% 가능. 재벌 행보 빨라질듯 -
재계에 「부채비율 200%」의 돌풍이 다시 몰아치고 있다. 5대재벌의 재무구조 개선을 독려하는 정부의 압박수위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지만 빚더미를 줄이는 작업에 차질을 빚어 재계의 표정은 갈수록 울상이다.
5대재벌은 5일까지 1·4분기 재무구조개선실적을 주채권은행에 제출하게 된다. 재무구조개선의 첫 시험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첫 시험 성적은 「C학점」인 것으로 드러나 앞으로의 재벌구조조정 강도에 다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부채비율 여전히 300%대, 외자유치 기대 이하 5대재벌 재무구조개선의 핵심은 부채비율 축소. 5대재벌은 지난해 12월7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주재 정부·재계간담회에서 올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00%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후에도 주요 재벌의 부채비율축소작업은 신통치않다. LG는 지난해 341%에서 3월말 현재에는 374%로 오히려 늘어났고, 현대 대우 SK의 부채비율도 300%대에서 머물고 있다. 삼성만이 3월말현재 220%선까지 부채비율을 떨어뜨려 200%에 근접했다.
그러나 부채비율에는 자산재평가라는 거품이 끼어 있다. 일부 계열사의 자산재평가에 따른 「자산 부풀림」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부채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자산재평가를 포함한 부채비율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재벌들의 행보는 더욱 힘겨워질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축소와 외자유치를 축으로 한 구조조정작업도 제자리걸음이다. 5대재벌이 지난해 초 「공약」한 외자유치목표는 총 248억달러. 3월말 현재 실적은 31%(77억7,000만달러·차입금 제외)에 불과하다. 올들어 합병 등을 통해 정리된 계열사도 손에 꼽을 정도다.
알짜사업 팔지 않는 한 부채비율 200% 어려워 정부는 「200%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여신중단 등의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김 대통령까지 나서 『수정재무구조약정 계획서를 내지 않으면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장을 던졌다.
이에따라 현대와 대우는 31일 자산재평가를 감안하지 않고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겠다는 내용의 재무구조개선 수정안을 제출했다.
재계가 이처럼 겉으로는 정부의 맹공에 백기를 들고는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돈이 되는 사업을 마구잡이로 팔고 외자를 끌어들여야만 정부의 요구에 맞출 수 있다』면서 『집을 파는 데도 수개월이 걸리는 데 수천억, 수조원대의 자산을 단시일내에 팔기는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재계는 일단 최선을 다하되, 그 결과물에 대한 처분은 정부에 맡기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모아가고 있다. 결과물이 「부채비율 200%」로 나타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정부와 재계의 해법이 주목된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