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들은 목욕탕에 가면서 모두 큰 바구니 하나씩을 들고 가더군요. 그 속에는 비누 샴푸 린스는 물론 마사지용 오일과 우유 야쿠르트 계란 오이 사과, 심지어 진흙까지 들어있어요』건국대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일본인 주부 다다 도모코(多田朝子·27)씨는 얼마전 처음으로 대중목욕탕에 갔을 때 당황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목욕탕에서 주부들이 한시간 넘게 씻고, 땀흘리고, 문지르고, 당당하게 마사지하는 모습이 다다씨에게는 신기하기만 했다. 다다씨는 『물이 풍부해서 그런지 한국 목욕탕에선 물을 너무 막 쓴다』며 『일본에선 마사지는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탕에 잠깐 들어가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연세대 국제교육부에 다니는 러시아 교환학생 마리아 쉬로코바(21·여)씨도 『한국 목욕탕에는 웬 탕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매우 놀랐다』며 『한약탕에 갔을 때 물 색깔이 갈색을 띠고 있어 처음에는 오염된 물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는 욕조가 아예 없는 사우나에서 한가족 모두가 함께 목욕을 한다. 당연히 물이 많이 들 이유가 없다.
통역으로 일하고 있는 한 독일인은 『얼마전 중년 남성이 목욕탕에 와서는 물이 더럽다며 욕탕 물 전부를 갈라며 주인과 승강이를 벌이는 것을 봤다』며 『독일에서는 상상조차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샤워기를 틀어놓은 채 그대로 잠을 자거나 목욕을 하고 나서 물기를 닦는 데 수건을 3장이나 쓰는 것을 보고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김석영(金錫榮)경영과장은 『목욕문화의 차이는 차치하고라도 우리나라 목욕탕의 물 낭비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특히 여성들은 남성보다 3배이상 많은 물을 쓴다』고 말한다. 작년 한해 서울시내 대중목욕탕과 사우나탕이 소비한 물은 3,815만7,000톤. 인구 34만명인 광명시 전체 물사용량과 맞먹는다. 김과장은 『업소수가 1,987개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10만톤 이상의 물사용은 지나치게 낭비가 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대중목욕탕의 물사용 실태를 점검한 결과 입욕객들이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비누칠이나 면도를 하고 욕탕 물갈이를 지나치게 자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절수기기 사용 등을 권장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업소들이 고객 불편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며 『과다한 물사용은 업소들끼리의 경쟁과 목욕탕 물은 「내 것」이 아니라는 시민들의 잘못된 의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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