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공과는 있습니다.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최고의 드라마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기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최악의 드라마는 아닙니다』(장두익 PD).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연습할 것 같아요. 끝났다는 실감이 나지 않아요』(탤런트 김지수).
30일 오후 6시 30분 63빌딩 코스모스홀. 2일 273회로 드디어 막을 내리는 MBC 일일극 「보고 또 보고」 종영 자축연. 장PD의 말처럼 이 드라마는 분명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그리고 주연을 맡은 김지수의 소감처럼 시청자들도 종영에 아쉬움을 갖는 드라마다.
「늘이고 또 늘이고」 「꼬고 또 꼬고」라는 별명이 붙기도 한 「보고…」는 지난 해 3월 2일 1회가 나간 후 3주만에 시청률 30%대에 진입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방영 3개월만인 6월 들어서 40%대 시청률을 기록, 1위를 차지한 뒤 7월부터는 50% 이상의 높은 시청률로 독주를 했다.
공주풍 언니 금주(윤해영)와 악바리 동생 은주(김지수)의 사랑과 결혼을 중심으로 그들 가족 이야기를 그려낸 「보고…」는 은주가 꿈에도 그리던 임신으로 아들을 순산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극 초반 일상 생활에 있을 수 있는 일을 담담하게 풀어나가면서 결혼 적령기 자식을 둔 세어머니의 심리적 묘사, 고부간의 갈등, 가족의 사랑 등을 그려 주부들의 공감을 얻었다. 탄탄한 구성과 치밀한 연출, 사실적 언어 사용으로 드라마가 지향해야 할 건강한 일상성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출연진의 자연스런 연기 또한 일품. 김창숙 김민자 박원숙 등 원숙한 연기자와 김지수 윤해영 정보석 허준호 등 청춘 스타들의 조화가 이뤄졌다. 여기에 박용하 등 신인들이 가세, 연기의 앙상블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많은 문제점도 노출시켰다. 인기지상주의로 인한 제작관행의 문제, 기획의도와 작품성 상실 등이다. 시청률에 힘입어 방송분을 계획보다 무리하게 늘리다 보니 작가 임성한은 급기야 병원에 입원, 정규시간에 기존 방송분을 재편집해 내 보내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사전제작은 커녕 몇 회분 원고 확보에 급급한 잘못된 제작 관행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건강한 드라마를 지향하겠다는 기획의도도 후반으로 가면서 실종됐다. 작위적이고 비정상적인 부분들로 시간 때우기에 급급했다. 남동생이 매형을 사랑하다 실연당한 여자와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일, 자매가 한집안으로 시집가 동서관계가 되면서 빚어지는 비정상적인 해프닝 등등. 이런 이유로 지난해 말 방송기자가 뽑은 최악의 드라마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시청자들로부터 사랑 받고 좋은 프로그램이란 평도 듣는 두가지를 다 충족할 수는 없는 것일까? MBC는 이 드라마로 시청률 전쟁에선 이겼을 지 모르지만 방송가의 고질적인 제작관행을 악화하는데 일조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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