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기업 주식이 특정인 사이에 대량으로 거래되면서 증시에 자전(自轉)거래 주의보가 내려졌다. 자전거래란 주식가격과 수량, 매매주체가 미리 정해진 상태에서 한 증권사 창구를 통해 이뤄지는 「약속된 거래」다.주로 대주주와 계열사, 기관투자가간에 거래가 이뤄지며 타인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일정가격과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매매시간도 몇분에 불과할 정도로 짧다. 인위적인 「주가띄우기」나 내부자 거래와는 본질적으로 다르지만 매매가격이 시세와 차이가 나고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변할 가능성이 있어 개인투자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30일과 31일 주식시장에서는 현대전자와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주식이 대규모로 자전거래됐다. 현대전자 주식의 거래량은 29일 82만주에서 30일 662만주, 31일 954만주로 급증했고 현대상선 주식도 거래량이 26일 6만여주에서 29일 168만주, 30일 841만주로 급상승세를 보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30일 하룻동안 자전거래된 현대그룹 주식은 총 3,500억원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의 한 관계자는 『누가 누구에게 얼마나 사고 팔았는지는 신고사항이 아니므로 알 수가 없다』며 『현대가 반도체 빅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기관이나 계열사에 대량 매각했거나 계열사 지분정리 과정에서 일어난 자전거래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올들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던 자전거래가 3월말부터 다시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들에겐 자전거래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자전거래로 인해 주가가 짧은 순간동안 급변할 경우 섣불리 매매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이 예기치 않은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래로 인한 주가변동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12월28일과 올 1월4일 있었던 H사의 대규모 자전거래다. 전날까지 50여만주에 불과하던 거래량이 12월28일 580만주, 1월4일에는 449만주로 급격히 늘어났다. 4일의 경우 12시35부터 37분까지 400만주가 한꺼번에 거래되며 주가가 2만9,000원대에서 3만5,000원까지 급등했다. 불과 1분뒤 주가는 다시 2만9,000원대로 급락했다.
갑작스런 주가상승에 자극받아 매매에 참여했던 일반투자자들은 불과 3분동안 1주당 수천원을 벌어 들였다가 다시 5,000원 이상을 날려버렸다. 몇분사이에 영문도 모른 채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한 셈이다.
한빛증권 유성원(柳性源) 투자분석팀 과장은 『갑작스런 거래량 변화나 가격변동이 있을 경우 일단 자전거래를 의심해야 한다』며 『자전거래가 있을 경우 경솔하게 매매에 참여하지 말고 관망하는 자세를 보여야 불의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유리젠트증권 김경신(金鏡信) 이사는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려면 장중에 일어나는 임의적인 자전거래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자전거래가 끝나면 팔자물량이 줄어들어 주가가 오를 가능성도 있으므로 자전거래를 역이용하는 투자전략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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