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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경제회생 겨우 길낸 정도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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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경제회생 겨우 길낸 정도 불과"

입력
1999.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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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로 출범 1주년 이헌재 금감위원장 대담;이백만 경제부장금융감독위원회가 1일 출범 첫돌을 맞았다. 금감위는 지난 1년동안 금융및 기업구조조정등 우리 경제의 대수술을 주도해왔다. 초대금감위원장으로서 경제개혁의 사령탑을 맡아 숨가쁜 1년을 보냈던 이헌재(李憲宰)위원장.

그는 취임 1년을 맞아 본지와의 대담을 갖고 『올해에도 정치·사회적 부담이 있더라도 할 일은 반드시 해야한다』며 『올해는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주저앉느냐, 새 천년의 주역으로 발돋음하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년은 참으로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우리 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대수술을 치르면서 사회적 저항도 만만치않았습니다. 1년전 세웠던 금융·기업개혁의 구도가 어느 정도 실행됐다고 평가하십니까.

『생각보다 놀랄 정도로 빨리 진행됐습니다. 당초 이 정도까지 오는데 2년정도 걸릴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민들이나 정치권의 위기의식에 대한 감도가 높아 비교적 협조와 적응이 잘 됐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변화에 대한 학습능력과 자질을 실감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욕을 더 많이 먹더라도 좀더 과감하게 했어야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남들은 과감하게 했다고 하지만 겁을 많이 냈던 것 같습니다』

-삼성·대우그룹간 자동차 대규모사업교환(빅딜)이 타결된 후 반도체 빅딜에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마라톤으로 치면 얼마나 남아있습니까.

『라스트피치중입니다. 가격문제만 남았는데 양 그룹(현대·LG) 총수들이 결단을 낼 것입니다. (반도체) 경기가 좋을 때 해야지 나쁠때는 안됩니다. 돈 벌때 팔아야 많이 받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최고경영자가 정서나 감정에 매달려서는 곤란합니다』

-재계가 자산재평가문제를 포함해 지난해 정부와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12·7합의)에 대해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과거 기업들이 선단식으로, 한 덩어리로 뭉쳐있을때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정부가 제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통했습니다. 그러나 (5대그룹) 계열사간 지급보증이 차단되면 어느 한 기업에 선별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습니다. 특정 계열사에 대한 은행의 대손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제 정부를 상대로 떼쓸 때가 아닙니다. 내년초 결합재무제표가 발표돼 재무상황이 형편없다고 평가받을 경우 국제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엔 정부를 상대로 떼를 쓰고 투정도 부렸지만 세계시장을 상대로 떼를 쓸 수 있겠습니까』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최근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몇가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경기가 좋아지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기업들이 자구노력과 손실분담을 하지않기 위해 워크아웃을 피하고 있습니다. 은행도 부실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회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년부터 새로운 여신제도가 도입되고 은행 대출기준이 강화할 예정이어서 어차피 워크아웃을 하지않을 수 없게돼 있습니다』

-추가 은행합병이나 재벌빅딜은 없습니까. 더 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정부가 주도하는 빅딜이나 합병은 더이상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경쟁이 심화하면서 스스로 살아남기위한 자발적인 합병이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일·서울은행에 외국자본이 들어오고 씨티은행이 영업망을 늘리게되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은행들은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최근 생명보험사에 이어 손해보험사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셨는데 정부가 합병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신가요.

『정부가 나설 계획은 없습니다. 그러나 손보사도 살아남기 위해 인수·합병(M&A)이 일어날 것입니다. 처음엔 생명보험사들처럼 외국자본 유치에 나서겠지만 결국 국내사끼리의 전략적 제휴에 나서게될 것입니다』

-제일·서울은행 매각을 놓고 헐값으로 팔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파는 사람이 받고싶은 액수가 가격이 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제일·서울은행의 경우 부실을 정리하기 위해 투입하는 비용을 추가 부담이라 생각하는데, 팔지않았더라도 어차피 들어갈 비용입니다. 또한 두 은행은 외환위기 당시 정상화후 해외매각키로 IMF등에 약속했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않으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게될 것입니다』

-대한생명 매각을 놓고 국내 생보업 발전을 위해 외국에 파는게 낫다는 의견과 함께 국내 최고층인 63빌딩을 외국에 팔 수 있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정부의 부담이 최소화한다는 원칙하에 팔아야합니다. 정부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외국에 팔아도 문제될게 없다고 봅니다. 대한생명과 함께 생보시장의 60%이상을 차지하는 대형생보사들이 있습니다』

-재벌에게 은행 소유를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십니까.

『세계적으로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을 지배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을 지배할 경우 어떤 형태가 됐든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일어나게되고 이를 방지하기가 쉽지않습니다. 아무리 감독을 강화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본주의 발전단계에서 오너 한 사람이 기업을 이끌어가는 소유자본주의는 주주가 기업을 이끌어가는 주주자본주의로 발전하기 전단계에 불과합니다. 초기단계인 소유자본주의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주택은행의 주식이 분산됐다고 경영이 잘못되는 것은 아니지않습니까』

-지난 1년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어쩔 수 없는 시대상황에 따라 피해자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정부나 사회가 이들에게 보상해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합니다. 직업 재교육이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보상해주는게 중요합니다』

지난해 구조조정이 웬만큼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경제회생을 위한 도로가 닦인 셈 아닌가요.

『길을 낸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제 길을 넓히고 단단하게하고 아스팔트도 깔아야합니다. 우리가 요즘 잊은 말이 있습니다. 위기초기에는 「숨겨진 축복(Disguised Blessing)」이라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이 위기가 우리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정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는 말이었습니다. 또하나는 「국제통화기금체제를 넘어서(Byond the IMF)」란 말이었습니다. IMF를 넘어서 21세기로, 새 천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넘어가는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올해에도 사회적 저항과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않겠지만 할 일은 반드시 해야합니다. 할 일을 안하면 국민들에게 축복이 아닌 더 큰 불행을 안겨주게될 것입니다』 정리=유승호기자 sh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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