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박희수·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경영관리부장 -
흔히 헤프게 쓰는 소비행태를 비유할 때 「물 쓰듯이 한다」라는 말이 사용된다. 그러나 물은 헤프게 쓸 정도로 풍부한 자원이 아니다.
물은 이제 더 이상 무한의 자유재가 아닌 유한자원이라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세계 모든 국가에서 인구증가와 산업화의 영향으로 물부족현상이 심화하고 있으며 우리도 2000년대에 들어서면 물 부족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98년 서울시민 1명의 가정용 물 소비량은 하루 200ℓ. 일본의 236ℓ보다는 적지만 프랑스 147ℓ, 독일 146ℓ, 영국 132ℓ에 비해 30% 내외 많이 소비를 하고 있다.
물 과소비는 제도적, 시민의식 측면 등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저렴한 물값이 주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의 경우 99년 3월부터 수도요금을 평균 14.9% 인상하여 톤당 470원이 되었으나 생산원가 581원의 80.9%에 그치고 있다. 가정용 수도요금은 328원으로 평균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에 비해 세계 주요도시의 수도요금은 도쿄(東京) 1,411원, 런던 952원, 파리 1,129원, 제네바 2,725원, 비엔나 2,188원, 오타와 2,058원 등 서울보다 훨씬 비싸다.
이같이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해 물의 낭비가 초래되고, 물문제의 해결을 위해 많은 사회·경제적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물 낭비를 방지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물 부족 사태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물값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전문기관 연구결과 수도요금을 1% 인상시 물소비량이 0.28%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미 조지아주, 핀란드 헬싱키, 멕시코 멕시코시티, 중국 베이징(北京), 싱가폴 등에서 물값 인상을 통해 물절약에 성공한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물론 물값 인상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시민들은 물이 유한한 자원이라는 인식을 갖고 물 아껴쓰기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계기관도 아껴쓰기가 생활화하도록 제도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할 때 앞으로 닥칠 물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반대 "물값 인상전에 누수 해결해야"
- 김재옥·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모임 사무총장 -
밑빠진 독에 물붓기란 말이 있다. 우리의 수돗물 관리가 그렇다. 관계당국은 외국에 비해 우리 물값은 싸고 한국인은 외국인에 비해 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물값을 올려 물사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 물값은 싸며 원가계산은 제대로 돼 있을까. 이런 의문 때문에 간단히 물값을 올리려는 관계당국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게 된다.
당국은 물값 인상전에 누수 해결책부터 제시해야 한다. 96년 전국 수돗물 누수율이 15.2%이며 서울은 35.8%라고 한다. 수도관이 낡고 녹슬고 수압이 낮아 그렇다고 한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표방하면서 누수를 방치하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렵다. 수도료만 인상한다고 누수문제가 해결될수 있을까.
이 기회에 수도관련 사업의 인건비는 적절한가도 따져봐야 한다. 누수를 방치하고 수돗물의 효율적인 관리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효율성 향상도 실패하고 전체 물 수요자의 소득감소도 외면한 채 10년전이나 5년전이나 똑같은 논리로 요금만 인상하면 되는 것인가.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에서 6,800달러로 감소했는데 공기업 독점사업 요금만 계속 인상한다면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정부는 어디로 갔는가.
200만 실업자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다. 수돗물이 새는 것을 내버려두고 물 절약을 위해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얘기다.
물정책이 공급중심에서 수요중심으로 바뀌어야 하고 물관리체계를 바꾸어야 한다. 물과 비용이 새는 구조는 내버려 두고 가격이 소비행위를 변화시킨다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관계당국은 누수방지 방안, 국민이 납득할 만한 물관리방안, 인건비의 적절성 여부를 소비자 앞에 명쾌하게 제시하고 국민에게 자원확보를 요청해야 한다.
소비자는 적절하게 사용된다고 생각하면 내는 돈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새는 물값까지 낸다면 아까워 한다. 돈도 아깝고 자원도 아깝다. 그리고 세금도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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