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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층 실체를 벗긴다] 도박.마약까지 손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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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층 실체를 벗긴다] 도박.마약까지 손댄다

입력
1999.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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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층의 삶이 언제나 황금빛인 것은 아니다. 돈으로 지탱하는 호사스러운 일상도 반복하다 보면 보다 큰 자극이 필요한 법. 무료함에 대한 자극으로 시작한 일탈행위들은 결국 마약 도박 등에 빠지면서 비극적 결말로 마무리 된다.「외국 물」을 먹은 20대 후반~30대 후반의 특금층은 마약과 가깝다. 황금족 T씨(30)의 고백. 『무엇이든 살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약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 것같다』며 『지금도 후배들이 마약에 손을 대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예인에게 초고가 외제옷을 선물하는 것으로 유명한 K(32)씨, 아버지로부터 수백억원의 유산을 물려받은 청년재벌 L(31)씨는 「떨」(대마초의 은어)을 하는 것으로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국회의원의 아들 K(32)씨는 지금 감방에 갇혀 있다. 마약 때문이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지난해 강남의 호텔,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며 한달에 10여차례 히로뽕을 찾다 1년 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히로뽕 밀매가격은 수요확대에 힘입어 10년전 수준(1회 투약분·0.03㎚ 8만원대)으로 떨어졌지만 「귀족 마약」해시시, 헤로인은 여전히 고가에 은밀히 거래되고 있다.

생업다운 생업이 없는 특금층에게 도박도 파멸로 이끄는 연결고리가 된다.

유력인사의 딸 Y씨는 남자를 잘못 사귄데다 「손버릇」을 끊지 못해 진 도박 빚이 몇년동안 수십억원으로 불어났다. 주위에서 해결하려 하지만 액수가 워낙 큰데다 소문을 낼 수도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부도난 S그룹 회장의 아들 L(36)씨는 해외 원정도박을 하다 외화밀반출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뒤에도 여전히 마카오나 일본행 「바카라」 도박길에 오르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자신은 물론 가정등 주변까지 초토화하는 것이다. 90년 모 예술고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간 한 황금족(27)은 지난달 생모(59)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경찰에 붙잡혔다. 살해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어머니가 자신의 은밀한 성생활을 몰래 카메라로 찍고 있다』는 정신착란이었다. 유학시절부터 손댄 마약이 한 인간을 파탄시키고 한 가정을 파괴한 것이다.

특금층의 세계는 돈으로 모든 것을 사지만,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는 아이러니가 지배한다.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고, 외부의 견제도 받지 않기 때문에 파멸의 수렁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파멸이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건강한 기초를 허물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돈쓰는 자유만 외치고 가진 자의 의무를 외면하는 특금층의 일대 각성이 필요하다. 또 공평한 과세와 엄정한 법집행 등을 통해 특금층의 썩은 뿌리를 자르고 사회풍토를 다시 일구는 「국부(國富) 쇄신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기울여야 할 때다. 특별취재반 scoo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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