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미대학여자농구 파이널 포(4강)를 가리는 테네시대의 레이디 볼스와 듀크대의 블루 데블스와의 동부지구 결승. 뜻밖에도 막강전력의 테네시는 듀크에 불의의 일격을 맞고 69:63으로 4강문턱에서 주저앉았다.테네시쪽 응원석에 앉은 대여섯명의 남학생들은 이날 듀크의 방어벽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테네시 최고선수 차믹 홀스크로보다 더 낙담한 듯 보였다. 풀죽은 이 남학생들은 다름아닌 볼스의 연습상대. 연습경기마다 여자선수들을 상대로 그림자 수비를 펼친다고 해서 붙여진 「그림자맨」들이다.
국내에서도 여고농구선수들이 중학교 남자농구선수들과 종종 연습경기를 가지지만 그림자맨은 테네시 여자농구선수들의 연습전문 상대다.
볼스팀이 남자 상대를 쓰기 시작한 것은 패트 서미트코치가 부임한 74년 이후. 여자국가대표 시절때 써먹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남자들과의 연습경기이니만큼 거칠어지기 일쑤. 올초 홀스크로는 그림자맨의 손에 눈이 찔리기도 했고 포워드인 타미카 캐칭스는 그림자맨 페로티에게 경기도중 코뼈가 부러진 적도 있었다. 치열한 몸싸움에 육두문자가 오가며 쌍방간에 감정이 상하기도 한다.
이번 시즌 뜻밖의 고배를 마셨지만 지난 시즌까지 테네시는 3년연속 미대학여자농구를 평정한 미국 최강팀. 이같은 영광의 반은 거친 플레이로 볼스팀을 더욱 강하게 만든 그림자맨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영광의 배후에 숨어 있는 그림자일 뿐이다. 그림자맨은 고교시절 선수생활도 한 재학생 자원봉사자다. 장학금을 받는 것도 아니고 경기장 표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농구의 규정이 그렇다.
서미트코치는 『남자들을 상대로 하면 코트가 휠씬 좁아 보인다』며 『연습에서 코트가 좁아 보일수록 실전에서 코트는 더욱 넓어 보인다』고 장점을 말했다. 기술면에서는 뒤지지만 파워나 스피드에서 여느 여자선수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림자맨 패로티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가끔 친구들에게 연습경기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해주면 「이봐 걔내들은 여자야」라고놀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단히 특별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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