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이 올해 또 한번 커다란 화제를 낳고 있다. 수상자와 수상작품의 양면이 모두 그렇다. 2월 발표된 120회 아쿠타가와 상의 수상자는 히라노 게이치로. 올해 24세로 교토대학 법학과 4년생이다. 대학재학생이 이 상을 받은 것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무라카미 류 이후 23년만의 일. 120회에 이르는 긴 기간 동안을 통틀어서도 대학생 수상자는 「태양의 계절」의 이시하라 신타로, 노벨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 등 네 명뿐이다.수상작 「일식」(문학동네 발행)은 일본에서 출간 한달여만에 40만부가 팔려나갔다. 번역된 작품을 펼쳐읽어도 단번에 그 문체와 내용이 시선을 붙든다. 우선 문체다. 우리 말로 옮기면 「하리라」 「했노라」 「했으이」식의 의고체 장중한 문장은 오랜만에 대해서 오히려 신선감을 더해주며, 귀고리를 하고 머리를 염색한 젊은 작가의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내용도 흥미진진하다. 처음 몇 장만 읽으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1482년 스콜라철학이 이단적 사상들에 의해 변질돼 가던 당시, 프랑스의 한 젊은 수도사가 금서를 찾아나서면서 연금술사를 만나고 그에 의해 영과 육의 일치라는 비밀스런 기적을 경험한다는 이야기다. 중세철학에 대한 정통적 지식, 마니교 이슬람교 연금술 등에 관한 해박한 이해 등이 작가의 유미주의적 문장에 실려 지적 독서의 즐거움을 준다.
작가는 수상 후 인터뷰에서 『현대사회의 제반 악을 논하면서 천박한 상황 분석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글들이 너무나 많다』며 『문학은, 예술은 그러한 지점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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