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꼭대기에 13층짜리 아파트?」서울 서초구가 우면산에서 갈라져 나온 한 야산 부근에 13층짜리 아파트를 짓겟다는 주민들의 건축허가 신청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면산의 지류인 뒷골산(해발 65㎙) 정상부근에 13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도시경관을 크게 해칠 것이 분명하지만, 현행법상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아파트 건립지역은 방배동 뒷골산 정상부근 해발 53㎙지점의 888번지 일대. 경사진 언덕을 따라 2∼3층 단독·다세대가 있는 일반 주거지역의 맨 끝자락이다. 김모씨등 주민 6명은 최근 이 지역의 단독주택을 헐고 대지 345평에 지하2층 지상13층짜리 아파트를 건립하겠다며 건축허가서를 냈다. 건축계획에 따르면 92평형 13세대등 모두 19세대가 입주하며, 아파트의 한쪽면은 이웃 단독주택과 90㎝정도 떨어져 올라가도록 돼 있다.
법률 검토에 착수한 서초구는 난감한 표정이다. 입주세대를 19가구로 제한, 각종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주택건설 촉진법(20세대 이상에 적용)을 교묘히 피한데다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건축을 막을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월8일 건설교통부의 규제개혁 조치에 따라 「건축물이 도시미관을 해칠 경우 구청장이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건축법 8조4항)는 조항이 삭제돼 허가안할 방법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
고층 아파트 건립 소식이 알려지자, 이웃 주민들은 『산과 공원을 가리게 될뿐 아니라, 인접 주택의 가격하락을 부추겨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건축주들은 『법적 하자가 없는 만큼 기존 설계대로 빨리 허가를 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이 문제는 최근 엉뚱하게도 육군 정보사령부쪽으로 넘어갔다. 아파트 건설 예정부지에서 100㎙가량 떨어진 산너머에 자리잡고 있는 정보사령부가 군사기밀 노출을 우려해 서초구에 건축허가 협의를 요청한 것. 다음달 10일까지 건축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서초구로서는 내심 군이 「개입」해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서초구의 한 관계자는 『규제완화가 지나치다 보니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무분별한 고층건립을 막기 위해서는 조속한 법규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진용기자 jinyong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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