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기·한신대 국제사회학부교수
노사정간 대립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주말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올 봄 노사관계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민주노총에 비해 온건한 노선을 갖고 있던 한국노총마저 정부와 사용자에 등을 돌렸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것은 「고통분담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합의정신이 퇴색했기 때문이다. 불만은 실업사태와 고용불안, 임금삭감, 노동조건의 악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와 사용자가 노사정위에서 거듭 약속했던 정리해고 최소화와 재벌개혁, 구조조정에 대한 실질적 참가 및 기타 개혁조치들이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는 배신감이다.
현재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논의 등 약간은 신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모든 사안을 노사정위 내에서 협의할 것을 주장함으로써 사태의 진척을 막고 있다.
사태해결은 정부가 결자해지의 전향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선 노사정위에 대한 집착이 포기되어야 한다.
노사정위는 지난 1년간의 경험 속에서 노동자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노정(勞政)협상 등 새로운 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로 실업자를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노조의 참가없는 구조조정, 정리해고는 일단 중지해야 한다.
노사정위나 실업정책이 구조조정의 부산물을 무리없이 처리하는 청소기구로 기능하는 한 실질적인 타협은 불가능하다.
셋째로 실업자 노조가입 법제화, 산업별 교섭기구 제도화, 부당노동행위 엄벌, 구속수배자 석방 등 기존 약속사항은 속히 이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노동시간 단축, 경영참가특별법 제정,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 개정, 실업부조제도 도입 등 전향적인 개혁프로그램도 속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협상의 장이 열린다면 노동계도 작년과 같은 합의추인부결 사태가 나지 않도록 조직 내부의 리더십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노동계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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