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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막전막후] 은행나무 극장 `문성근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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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막전막후] 은행나무 극장 `문성근 나와라'

입력
1999.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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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무 것도 없습니다. 집도, 직장도…』 박력 없는 문성근이 김희애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101번째 프로포즈」는 분명 영화속 이야기다. 김희애는 안기며, 『결혼하자』고 말한다. 주인공은 틈만 나면 그 장면을 보고 헤벌쭉 웃으며 뇌까리는데, 『문성근 멋 있다…』극단 「은행나무 극장」의 「문성근 나와라」는 한 남자의 여자 탐색담을 통해 본 풍속도다. 화려한 볼거리와 다양한 음악으로 「귀여운 남자_공주병 여자」라는 청춘 욕망을 해부한다.

대학강사, 영화잡지 기고자라는 그럴듯한 간판의 용만은 오늘도 생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비디오를 탐한다. 가끔은 게보린을 식혜에 타 마시기도 한다.

『진작 결혼해 애나 서넛 낳았으면 제깟 게 도망 못 갔을 것』이라고 푸념. 애인에게 버려진 지 보름 째 되는 날이다. 논문을 대신 써 줘 삼류대를 갓 졸업시킨 그 여자는 스키 타러 떠나 버렸다.

그를 위로한답시고 찾아오는 친구 부부는 이 시대의 욕망을 드러내 보이는 장치다. 30대에 대기업 부장이 돼 스키 리조트 건설에 여념 없는 친구. 부인은 용만에게 놀러 와 불륜을 저지른다. 「귀여운 남자」 용만은 「일중독자」를 그렇게 딱 한 번 이긴다.

용만이 홀로 있는 시간의 동반자는 재즈 아니면 바르톡의 클래식. 용만의 고립을 은유한다. 때로는 반라의 여자가 힙합을 춘다. 용만의 상상이다.

문성근은 극적 장치다. 후반부에 배우가 나와, 『회사원이었다 대학 가서 연극을 공부하고 영화 스타가 됐다』는 짧은 소개를 한다. 문성근이라는 고유 명사가 이 시대의 꿈을 불러 내는 주문이 된 것이다.

소극(farce)+속물(kitsch)=버라이어티 쇼 '99 「문성근 나와라」.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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