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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괴테가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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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괴테가 부활한다

입력
1999.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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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괴테와 셰익스피어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세기말 한국의 지친 영혼들에게도 이들의 이름은 위안인가?탄생 250주년이 한 세기를 마감하는 올해와 맞물린 독일의 문호 괴테, 그리고 영국 BBC방송에 의해 「지난 1,000년 이래 가장 위대한 영국인」으로 꼽히고 올해 아카데미상 7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새롭게 부활한 셰익스피어. 그들의 생애와 작품 속에서 구축한 인간상이 최근 한국 문화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다.

왜, 그들인가? 『현대인들은 물질적 만족을 얻고자 악마와 거래한 파우스트의 후예들이다. 파우스트가 꿈꾼 인공낙원이 한낱 신기루로 판명된 것처럼 그의 후예들 역시 세계 상실, 가치의 총체적 몰락이라는 묵시록적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문학평론가 남진우).

「파우스트의 후예」들은 왜 괴테와 셰익스피어로 돌아가고 있을까? 연극연출가이자 시인인 이윤택씨는 그것은 『죽음과 사랑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셰익스피어와 괴테는 둘 다 종말론적 전환기를 내다본 사람들이었다. 다만 괴테는 사랑으로 그걸 풀었고, 셰익스피어는 죽음으로 풀었다. 셰익스피어가 세계에 대해 비관적이라면 괴테는 낙관적·긍정적이다』 셰익스피어와 괴테야말로 세기말적 혼돈의 시대에 빛을 던져주는 상징적 지성이라는 이야기다.

다시 올리는 무대와 페스티벌 이씨는 올해 국내와 일본에서 「리어왕」 「햄릿」 「템페스트」등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세 편이나 무대에 올린다. 『내가 연출할 「햄릿」에서는 새로운 햄릿이 등장한다. 그는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제 이 죽음들을 치워라,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다」고 외친다. 리어왕은 「저기를 보라, 내 딸의 입술을 보라」는 환청을 듣는다. 저기는 바로 미래를 가리킨다』

한국괴테학회와 독어독문학회, 주한독일문화원이 26일부터 4월11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괴테 페스티벌」은 한 작가를 다룬 행사로는 드문 대규모 문화축제. 학술대회와 시낭송회, 연극제는 물론 심야영화제와 콘서트, 가곡의 밤, 우표·엽서전시회도 열린다(예술의전당 괴테 페스티벌 행사 17일자 35면 참고, 문의 02_580_1300)

출판사 민음사는 「파우스트」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등 그의 대표작을 새롭게 번역출간하고 국내초역작 4편을 담은 희곡집 「이피게니에·스텔라」도 냈다.

죽음과 사랑의 화두 그들의 이름을 말하기는 쉬웠다. 하지만 막상 먼지 쌓인 서가에서 그들을 꺼내 읽기는 어려웠다. 이제 세기 전환의 상징적 시점에서 두 천재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괴테가 살았던 시대는 셰익스피어의 시대와는 200여년의 간극이 있다. 그러나 둘의 정신적 추구는 그 간극을 초월한다.

그들이 던진 죽음과 사랑의 화두는 21세기를 눈앞에 둔 한국인에게도 새로운 문화지표가 되고 있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신의 입을 빌어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듯, 그리고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서 얻는 자만이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고 한 파우스트의 깨달음이 영원히 인간들에게 진리인 것처럼. 하종오기자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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