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새로운 계급, 「특금층」이 형성되고 있다.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그들은 방탕과 향락, 탈법과 자기과시에 몰입하면서 땀과 노동의 의미를 외면하면서 『IMF여, 영원히』를 외치고 있다.그들의 일그러진 행태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니다. 「천민귀족」의 특권에만 탐닉하며 사회 곳곳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그들은 열린 사회의 적이다. 그들을 고발하고 그들을 비호하는 세태를 파헤치는 것은 건강한 사회로 가는 또 하나의 길이다. 【편집자주】
서울 압구정동 B음식점 종업원 김철진(27·가명)씨는 며칠전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보았다. 아르마니 셔츠를 즐겨입는 한 단골손님이 몰고온 BMW Z3 로드스터를 주차한후 열쇠를 넘겨주던 그는 손님이 트렁크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다름아닌 돈다발. 『돈다발을 들고다니는 사람을 많이 보았지만 트렁크에 돈을 넣고 다니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었죠』
서울 청담동 모나이트클럽 웨이터 윤영범(28·가명)씨의 목격담. 『「백패커(back_packer)」라는 손님이 있어요. 이스트팩 가방에 돈을 담고 다녀서 붙은 별명이죠. 춤을 출 때도 반드시 가방을 메는데 현금만 4,000만원쯤 들어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IMF라는 「날벼락」을 맞은 우리사회에 특금층은 이런 모습으로 등장했다.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 재벌, 정치인, 부동산재벌, 사채업자 등의 2세. 오로지 돈을 뿌려대는 것으로 존재를 확인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뭉칫돈을 들고 다니는 이유는 IMF이후 카드 사용내역을 토대로 호화사치 생활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다는 소문이 떠돌았기 때문이다.
「특금층」의 씀씀이는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아버지가 서울에서 나이트클럽을 운영한다는 정운기(28·가명)씨의 고백. 『나이트 한방(돈을 전부 내는 것을 뜻하는 은어) 150만원, 역삼동 룸살롱 100만원, 카드 200만원, 여자친구 선물용 지아니 베르사체 정장 200만원, 골프부킹 100만원, H호텔 중식당 등 식대 200만원. 기분나서 「연예인 베팅(연예인과 술마시고 노는 것을 뜻하는 은어)」한번 하면 200만원…』
27일 밤 청담동 모카페에서 만난 신진수(27·가명)씨는 카르티에 시계(4,000만원)를 차고 페라가모 구두(72만5,000원)를 신고 조르지오 아르마니 정장(167만원)을 입고 있었다. 이날 그가 여자친구에게 선물한 것은 190만원짜리 지아니 베르사체 정장. IMF이전 한달 매출액이 2억원대 안팎이었던 A백화점 페라가모 브랜드 코너는 지난해 6월 7억7,900만원을 기록, 관계자들도 스스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눈을 의식해 한번 쓱 보고간 후 집에서 전화로 주문한 후 통장으로 입금하면 흔적도 남지 않죠』 이른바 「명품」만을 파는 A백화점 관계자의 증언이다.
지난해 10월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낸 보고서 「한국의 분배문제」에 따르면 93년 현재 상위 1% 소득층이 국가 전체자산의 30%를 소유, 한국사회에 부의 편재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양극화는 IMF이후 중산층의 붕괴와 맞물려 소득분야 뿐 아니라 소비·지출로 이어져 「특금층」이 나타났다. 중·저가품이 안팔리는 대신 등장한 고가 수입브랜드 위주의 「귀족마케팅」.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도시근로자 가계소득 조사에 따르면 하위 80%의소득이 97년 상반기에 비해 5~14.9% 줄어든 반면 상위 20%의 소득은 오히려 2.3%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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