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찰뭉텅이를 배낭에 넣어 둘러메고 다니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현금을 자동차 트렁크에 가득 채워 다니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벌어놓은 돈도 없고 일도 하지 않으면서 물쓰듯 돈을 뿌리고 다니는 일단의 젊은이들이 강남 유흥가를 중심으로 대거 등장하고 있다.청결치 못한 천박한 자본주의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특수 계층을 우리나라에 등장시키고 있다. 벌지 않고도 물쓰듯 돈을 쓰는 사람들, 직업을 가진 적도 없고 사업도 하지 않는데 샘 솟듯 계속 돈이 생기는 사람들, 돈버는 일에서 자유롭고 돈을 쓰는데도 자유로운 돈의 특권층이 형성되고 있다.
돈을 갖고 있는 것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지언정 비난의 대상이 돼서는 안될 일이며 돈 가진 사람이 마음대로 돈을 쓰는 것은 완전한 개인의 자유다. 돈 쓰는 자유가 없는 사회는 자유민주 사회가 아니다. 그러나 돈을 가진 모든 사람들은 반드시 그에 상응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또한 자유민주 사회의 철칙이며 돈을 버는 방법 역시 정당하고 합법적이어야 한다.
IMF이후 부쩍 늘어난 돈의 특권층…. 쓰고 또 써도 마르지 않는 돈의 수맥(水脈)을 움켜쥐고 있는 사람들, 현찰 배낭을 둘러메고 수천만원의 현금을 싣고 유흥가와 호화사치업소를 누비며 「미친듯이」 돈을 써대는 일단의 젊은이들은 우리 사회가 썩어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심각한 병증(病症)의 하나다.
돈이면 안되는 일이 없고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의 신념을 가진 특금층(特金層)은 요즘 등장하고 있는 방탕한 일부 젊은이들 말고도 많다. 권력으로 법위에 군림하고 제도와 관행과 상식을 뭉개면서 세상을 마음대로 주물럭거리는 특권층처럼 사회의 어떤 규율과 질서도 돈으로 유린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살아온 특금층은 일부 타락한 재벌과 졸부들, 썩은 일부 관리와 부패한 정치인들을 포함하는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면서 오랜 세월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려왔다.
그 뿌리는 너무 굵고 깊게 뻗어나가 이 사회 곳곳에 독소 가득한 특금층의 열매를 맺고 있다. 아들이 돈많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토막내 냉장고에 감춰둔 패륜범들이 그 하나다. 보험금을 노리고 제 손발을 자르거나,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죽이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도 돈이면 다 된다는 특금층의 신념이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막가파와 지존파의 끔찍한 범죄행각이나 한창 일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생산현장을 외면하고 환락가와 유흥가를 배회했던 것도 특금층이 심어준 허영과 타락의 산물일 것이다.
이렇듯 특금층의 비뚤어진 신념과 행태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건전하게 발전할 수 없다. 돈으로 권력을 매수할 수 있고 국가시책도 바꾸며 여론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 일하지 않는데도 계속 돈이 생기고 세금을 안내도 탈이 없고 온갖 탈법과 사치 향락 방탕이 극에 달해도 그것을 개인의 자유로 옹호하는 사회는 건강할 수가 없다.
특금층은 40년 개발독재 체제하에서 자라난 부패와 특혜의 산물이며 고도성장기에 만연했던 천민자본주의가 배양한 황금만능주의의 더러운 열매이기도 하다. 특금층의 내면을 철저하게 해부해서 그 실상을 공개하고 그 병독(病毒)을 제거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숭호 사회부장 soong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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