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식학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있다. 축 늘어진 어깨, 생기 잃은 눈동자, 의욕없는 행동에서 우리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교육당국의 「점심을 굶는 학생은 없다」는 거듭된 주장은 상당부분 허구였다.29일 낮 12시30분 서울 관악구 N초등학교 운동장 서쪽부근 벤치. 멀리서 보기에도 저학년임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왜소하고 깡마른 체구. 이 학교 1학년 강정연(가명·8)군은 점심시간을 잊은지 오래다. 친구들이 급식소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을 때 벤치와 운동장 주변을 왔다갔다 한지 벌써 20일이 넘는다. 기죽기 싫어 애써 태연해했지만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
강군은 지난 4일 입학이후 점심을 먹은 기억이 없다. 하루 1,300원인 점심값을 낼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군은 유치원에 다닐때만 해도 유복했지만 IMF여파가 가정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 보험회사 대리였던 아버지(34)가 갑자기 실직한뒤 집을 나갔고, 한달도 안돼 어머니(32)도 『돈을 벌러 가겠다』며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 할머니(67)와 단둘이 지내고 있지만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형편이 어렵다. 한 친척이 매달 보내오는 5만원의 생활비는 월세를 내기도 힘들다. 『배는 고프지 않지만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어 속이 상해요』
강군처럼 점심을 걸러 교육당국이 급식비를 지원해야 할 학생(결식학생)은 전국적으로 초등학생 9만5,280명 중학생 2만9,900명 고등학생 2만6,195명 등 15만여명. 97년말 2만7,000여명에 비해 불과 1년사이에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서울만 하더라도 지난해 말 현재 결식학생이 2만5,000여명에 육박한다. 6개월전(1만3,619명)보다 무려 82%나 늘어났다. 특히 전면 학교급식을 하고있는 초등학교의 결식학생이 눈에 띌 정도로 많아 총 486개교에서 1만5,572명이 점심을 거르고 있다. 문제는 강군처럼 초·중·고 신입생의 경우 학교측의 정확한 결식실태 조사가 끝나지 않아 빨라야 4월이후 급식지원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같은 신입생 결식학생이 3만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있다.
더욱이 정부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올해부터 급식학교의 결식학생에 대해서는 국고보조를 전면 중단, 지방비를 통해 자체 해결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각 시·도 교육청이 급식지원비 마련에 초비상이 걸린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올해 16억5,000만원(추경 및 국고보조 제외)의 급식비 지원금을 편성해놓고 있지만 세수부족으로 결식학생 전원에게 혜택을 주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미니학교로 꼽히는 서울 M초등학교 L교장은 『9명의 결식학생중 4명은 외부지원으로 급식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학생은 굶고 있다』고 털어놨다.
교육전문가들은 『점심을 거르는 학생이 허다한 마당에 교육선진국을 외치는 것은 난센스』라며 『교육당국이 철저히 결식실태를 조사한 뒤 국고보조금을 크게 늘려야만 결식학생이 완전 해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