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선 침투사건을 계기로 일본의 방위태세 정비론이 거세지고 있다. 오랫동안 금기시돼 온 「자위대의 무기사용 범위 확대」와 「유사법제 정비」 주장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다.나포 실패가 현행 법체제의 한계 때문이라는 경비·방위 당국의 주장에 여론이 동조하고 있어 일본 「방위족」은 오랜 숙원을 풀 호기를 맞았다. 지난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자위대의 미군 후방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법안의 논의 물꼬가 터진 모습과 너무 비슷하다.
이같은 흐름이 곧바로 재무장이나 군사대국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무장을 견제해 온 「여론의 족쇄」가 하나씩 풀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자위대 무기사용: 노로타 호세이(野呂田芳成) 방위청 장관은 26일 중의원 방위지침특별위원회에서 공작선 추적 상황에 자세히 언급한 후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에 한정된 자위대의 무기사용 권한을 확대할 수 있도록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틀뒤 노다 다케시(野田毅) 자치성 장관은 『어느 단계에서 어떤 무기를 사용하느냐에 대해 현재 너무 제약이 많다』고 동조하고 나섰다.
자위대의 무기사용 권한 확대는 「방위족」의 오랜 숙원이다. 자위대의 유엔 평화유지활동(PKO)과 미군 후방지원을 놓고 그동안 수없이 제기됐으나 그 때마다 「무력충돌에 휘말린다」는 반발에 밀렸다.
그러나 영해를 침범하고 도주하는 공작선을 공격할 수 없는 상황이 부각되면서 거부감이 급격히 희석되고 있다. 민주당과 공명당이 분명한 반대 의견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사법제 정비:한반도 사태 등 「주변 유사」 뿐만 아니라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는 「일본 유사」에 대해서도 확고한 태세를 다듬어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무성하다.
노로타장관은 28일 방위의대 졸업식 훈시에서 유사법제 정비에 언급, 『연구에 머물지 않고 그 결과에 근거, 법제를 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이 발언은 유사 법제가 그동안의 「연구·검토」에서 구체적인 「정비」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가이드라인 관련법안 통과 이후 곧바로 국회에 상정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본 유사시 자위대는 즉각 출동하지만 구체적인 행동에는 제약이 많다. 적의 상륙에 대비, 해안에 진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건설·운수성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파괴된 도로나 교량을 자위대가 복구, 신속한 장비·물자 수송에 임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유사법제를 정비, 자위대의 행동에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주장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군에 대한 민간 시설 제공 문제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권리를 제약하고 전쟁의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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