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유고공습이 확대되고 있다. 아직은 제한전쟁이지만 걸프전이래 최대규모이고, 국제정치적 파급영향도 걸프전에 못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인류는 잔혹한 살상무기를 내려놓은 뒤에야 전쟁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고 한다. 이번 사태도 먼 유럽대륙 변방, 발칸에서 진행되는 전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국제정세, 특히 동북아에 미칠 영향을 미리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나토가 창설후 처음으로 주권국가의 내부분규에 무력개입하면서 내세운 공식목표는 세르비아가 코소보 평화안과 평화유지군 주둔을 수락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유엔의 승인없는 무력사용이지만, 세르비아측의 코소보거주 알바니아주민 학살을 좌시할 수 없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실제 공습이 진행되면서 회의론이 높아지고 있고, 전쟁행위의 목표와 방향도 혼미해지는 상황이다.
미국과 나토동맹국들은 세르비아측이 굴복할 때까지 공습을 계속한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공습만으로는 전의를 꺾을 수 없고,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세르비아가 항전태세를 굳히고 있고, 나토의 여론을 감안할 때 지상군 투입까지는 어려울 것이다. 또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발목을 묶었던 유고의 경험이 전면개입의 가능성을 낮추고 있어 교착상태에 빠질 우려도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냉전종식후 가장 강경한 어조로 미국과 나토를 비난하고, 나토동맹에서도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전열이탈 움직임을 보이지만 사태수습에 결정적 변수는 되지못하는 형편이다.
진정으로 인도주의만을 위해 분쟁에 개입하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 국제정치의 냉엄한 논리다. 발칸의 민족분규도 항상 이기적인 외세개입으로 국제분쟁으로 비화됐고, 그 피해자는 전쟁의 무차별적인 잔혹성에 희생되는 당사국 주민이었다. 이번 사태수습의 출발점도 이 교훈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이번 무력개입이 상징하는 나토의 변화와 미국의 전략적 의지다. 유럽의 냉전구조가 해체됐을때 나토의 존립근거도 사라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지만, 미국이 주도한 걸프전으로 나토는 존속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번 사태개입으로 다시 행동반경을 넓혔다.
그러나 이에따라 냉전시대를 연상케하는 새로운 「동서대결」구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우려를 갖게 된다. 동북아에서는 이미 미·중간에 새로운 대결구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다음달초 미국에서 열리는 나토창설 50년 기념회의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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