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8일 오후 한국일보 편집국으로 한 청년의 전화가 걸려왔다. 『한국일보가 특금층을 기획취재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국내 유력그룹 2세인 Q씨는 『익명만 보장된다면 내가 알고 있는 그들의 행태를 낱낱이 폭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작은 사업을 시작,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는 그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성역의 하나였던 특금층의 생활상을 3시간여동안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잔뜩 긴장한 모습의 Q씨는 「강남 유흥가의 큰손」으로 불리는 K(29)씨부터 화제에 올렸다. 『K는 롤스로이스 등 외제차를 포함, 차만 4~5대가 있어요. 자기 과시가 심한 후배라서 연예인과 사귀기 위해 정신없이 돈을 써대지요. 예쁜 애라면 그랜저 승용차 한대 값의 선물도 거침없이 합니다. 마음에 안드는 사람들이 있으면 보디가드 업체 직원을 보내 린치를 가하기도 합니다』『K는 요즘 유명 연예인 K씨의 언니와 사귀고 있는데 얼마전 2,000만원짜리 카티에르 시계를 선물로 사다줬지요』
경남지역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다 IMF이후 부도내고 해외도피중인 K씨의 아버지는 백화점 부도전 돈을 빼돌린 혐의로 채권자들에 의해 고소된 상태다. 모그룹 회장의 연예인 출신 부인과의 특별한 관계로 알려진 인물.
이어 도마 위에 오른 사람은 여당 중진의원의 아들 A(27)씨. 『A에게는 항상 전주(錢主)들이 따라다니며 뒤를 봐준다. 수입 아이스크림회사를 운영했던 S씨(36)는 최근 A의 「힘」을 믿고 아예 토목회사를 차렸다. A 아버지를 통해 관급공사도 따내고 공천도 받기 위해서다. 또 경기지역 대학 이사장도 단골 물주다. 그는 1,000만원 경비의 일본 향락외유를 매달 한차례 이상 일삼는 것으로 유명하다』
Q씨는 K씨와 A씨 얘기를 하면서 다소 긴장이 풀리자 자신의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저는 얘들하고 비교하면 노는 것도 아닙니다. 자동차는 아카디아와 4,500만원주고 구입한 포르셰 등 3대밖에 없습니다. 한번 술먹을 때면 200만원정도 드는데 요새는 잘 안갑니다. 자동차 7~8대를 갖고 흥청망청쓰는 애들과는 다릅니다』 그는 또 『외제차를 타면 세금조사니 귀찮은 잡일들이 많이 생겨 친구나 법인이름으로 차를 뽑는게 일반적이며 헬멧을 쓰는 오토바이는 보안이 유지되기 때문에 요즘 가장 인기죠』라고 덧붙였다.
Q씨의 입을 통해 말로만 듣던 「그들만의 세상」은 점차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방 유력언론사 회장아들은 룸살롱이 싫증난지 오래고 F, L등 룸가라오케를 많이 가며 웨이터에게 소개받은 모델 에이전시나 매니저들을 통해 연예인과 접촉한다』『지방 D호텔 대표아들(32)도 재규어 캐딜락 로터스 등 총 8대를 가지고 있으며 요트도 갖고 있다. 미국에 조기유학갔지만 졸업못한 채 유학생활을 접었고 MBC 시트콤에 출연하는 L모씨와 동거중인 것으로 소문나 있다』
Q씨는 또 『의류업계 재벌아들 K(32)씨는 지아니베르사체 의류를 여자 연예인에게 입히기 시작한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을 정도』라며 『소속회사가 워크아웃 대상인데도 시가 2,000만원 정도의 미제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놀러다녀 빈축을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압구정동에서 J카페를 운영하며 인기연예인 K모씨를 사귀어 온 모그룹오너 동생인 P(39)씨, 또 다른 인기탤런트 K씨에게 포르셰스포츠카를 사준 것으로 소문난 주류재벌 P씨, 힐튼호텔 레스토랑에서 300만원짜리 레드와인을 즐겨 시켜먹는 재력가 C(34)씨도 모델에이전시 실장들을 통해 신인이나 배우·탤런트 희망자들을 접해오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특별취재반 scoop@hk.co.kr
* 그들은 누구인가
「특금층」은 92년 한국일보가 르포로 다룬 「오렌지족」과 다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오렌지족」은 90년대초 거품경기에 편승해 철없는 심정으로 사치·향락에 빠진 군상들. 반면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의 「특금층」은 사치·향락을 삶의 양식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치외법권」 지역에서 살면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최고의 VIP 대우를 받는다. 심지어 단골 유흥업소에 단속이 시작되면 업소측은 물론 경찰까지 나서 『몸조심하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특금층」의 출신성분은 다양하다. 『쟤는 △△집 아들이고 쟤 아버지는 ○○』라는 특권층의 「끼리끼리」 의식은 사라진지 오래다. 집안이나 학벌보다 돈이 최고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2세로 대표되는 「원조 특금층」의 상당수가 IMF에 따른 구조조정의 시련을 겪는 사이 부동산 졸부나 사채업자, 유흥업소 사장의 2세 등이 새로 등장했다. 강남의 모유흥업소 사장은 『「태어나면 ○병원, 다니면 △△학교」로 통칭되던 상류층의 계보가 IMF로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A급은 재벌과 정치인2세. 부동산 졸부나 사채업자, 중소기업 및 유흥업소 사장의 자녀가 B급. 변호사 의사등 「사」(士) 자 2세들이 C급을 이룬다. 사실 돈씀씀이는 C급이 A, B급 보다 훨씬 크다. 돈의 위력으로 자신을 과시하려하기 때문이다. 간혹 특금층 사이에 「전설」처럼 떠도는 호텔 바의 「골든벨 일화」는 대부분 C급 특금층이 장본인이다.
이들은 대부분 「백수」로 살면서 마음껏 삶을 즐긴다. 간혹 국제변호사, 대기업직원, 유명 음식점 사장 등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낮과 밤이 완전히 다른 「이중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이들의 공통점. 20대후반에서 30대 후반. 재벌, 정치인, 부동산 졸부, 사채업자 등의 2세. 유펜(펜실베이니아대), BU(보스턴대)등 美 유명대학 유학. 조르지오 아르마니, 포르셰 등 외국 유명브랜드 선호….
이들이 연간 이자소득 4,000만원(98년, 연평균 이자율 9.7% 기준 5억원 이상 예치)이 넘는 4만명의 고액 종합과세 대상자에 숨어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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