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한(離韓)한 윌리엄 데일리 미상무장관의 방한 메시지는 한마디로 「통상문제에 관한 한 미국에 더 이상의 양보를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협력」 대신 「갈등」이 올 것임을 예고하는 데일리장관의 방한 메시지는 이번 주로 예정된 미무역대표부(USTR)의 무역장벽보고서 발표와 양국간의 잇단 통상협상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통상마찰에 대한 미행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방한 목적의 「궤도이탈」
데일리장관의 당초 방한 목적은 지난 해 한미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양국간 경제협력과 투자확대를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16개 기업경영자들로 구성된 미국기업 대표단을 대동한 것도 당초 대한(對韓)투자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은 방한 첫날인 25일 『스크린쿼터제를 철폐하라』는 데일리장관의 김포공항 도착일성과 함께 빗나갔다. 데일리장관 일행의 방한행보는 청와대를 비롯, 정부 각 부처를 방문하면서 「궤도이탈」을 더욱 가속화했다.
데일리장관은 27일 무역센터에서 열린 제2차 한미기업협력위원회에 미국기업대표단과 함께 참석, 미국 정부조달시장 참여촉진을 위해 금년 중 한국기업사절단이 미국을 방문하는 문제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도 상대적으로 「통상공세」로 비쳐진 방한활동의 성격을 희석시키기에는 부족했다.
■통상공세
스크린쿼터제 철폐요구로 시작된 3박4일간의 데일리장관 방한 활동은 통상현안에 대한 공세로 일관됐다.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문제와 관련, 데일리장관은 『2월 들어 한국산 철강의 대미수출이 감소세를 나타냈으나 아직 충분치 않다』며 지속적인 수출자제를 요구했다.
『올해 대미 철강수출은 전년에 비해 20~30% 줄어들 것』이라는 우리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데일리장관은 『앞으로도 미국산 철강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반덤핑사례를 적발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안으로 부상한 인천 신공항건설사업의 국제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포함여부에 대해서는 『신공항 건설사업이 정부조달협정 양허대상에 포함된다는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분쟁절차를 끝까지 밟겠다』고 선언했다.
데일리장관은 또 스크린쿼터 존폐문제에 대해 『자국 문화를 보호하려는 한국민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시장경제원칙을 훼손하는 사례를 남겨둘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방침』이라며 전의(戰意)를 숨기지 않았다.
이밖에 데일리장관은 박태영(朴泰榮)산업자원부장관을 비롯한 각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쇠고기, 자동차, 대기업 구조조정, 의약품등 구체적 통상현안을 언급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통상공세의 배경과 전망
비교적 온건한 지한파(知韓派)로 알려진 데일리장관의 방한 공세는 아시아 환란(換亂)이후 해외의 저가 수출품 공세에 처한 미국 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일본 러시아가 관련된 외국산 철강수입 문제는 지난 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미국 무역적자 문제와 맞물려 클린턴 행정부에 대한 정치적 공세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데일리장관의 이번 공세는 향후 USTR등 미국의 대외 통상교섭창구를 통해 더욱 강한 목소리로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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