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복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97년 초 복제 양 돌리가 만들어지고, 이후 1년 사이 생쥐와 소에 대한 복제가 차례로 이루어지면서 생명복제가 윤리학계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지난해 12월에는 경희대 의대 연구팀이 「세계 처음으로」 인간복제에 성공했다는 놀랄만한 발표도 했다(이 연구는 예비실험 수준 정도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미국의 한 벤처회사가 나서서 인간복제 프로젝트에 참가할 국내 과학자를 모집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국내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모여 진지하게 토론하는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지난 해 생명복제와 의료윤리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발족한 생명윤리학회(회장 박이문 포항공대교수)는 27, 28일 서울대 호암생활관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첫 워크숍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무분별한 생명복제를 규제하자는 뜻을 담은 「생명복제에 대한 1999년 서울선언」도 채택했다.
생명윤리학회는 생명복제 연구에 직·간접으로 관련한 과학자들과 윤리학을 연구하는 국내 철학자들이 대거 참여한 단체. 소 복제 실험을 하고 있는 황우석(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서정선(서울대), 이세영(고려대) 교수 등 생명과학자, 진교훈(서울대), 황경식(서울대), 김영진(인하대) 교수 등 철학자, 김일수(고려대), 박은정(이화여대) 교수 등 법학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의학자로는 맹광호(가톨릭대), 엄영란(순천향대) 교수가, 과학사나 과학사회학을 연구하는 송상용(한림대), 임경순(포항공대), 김환석(국민대) 교수도 회원이다.
이날 워크숍은 서정선 교수가 「생명복제란 무엇인가」, 김영진 교수가 「생명복제에 따르는 윤리적 문제」, 김일수 교수가 「생명복제에 따른 법적인 문제」를 각각 발표하고 이틀 간에 걸친 분과별 토의를 거쳐 의견을 모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번 토론은 의의가 자못 크다. 21세기 최대의 논쟁 가운데 하나가 될 생명윤리에 대한 국내 지성인들이의 첫 대답이기 때문이다. 4월 말께 대한의사협회가 발표할 「생명복제 연구에 관한 지침」에도 이번 선언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학회는 30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선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도 「생명복제 기술과 생명윤리」라는 주제로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독특한 형태의 회의 자리를 마련한다. 유네스코는 4월16일께 전문가 워크숍을 열어 생명복제기술 현황 윤리적 쟁점을 논의한 뒤 시민 패널을 모아 9월께 「합의 회의」라는 방식으로 전체 토론회를 벌일 예정. 이 자리의 논쟁을 검토한 뒤 시민 패널은 미국 법정의 「배심원」처럼 의견을 모아 종합보고서를 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생명복제의 윤리적 기준
인간 생식에 대한 연구에서는 몇 가지 가장 기본적인 윤리적 원칙을 만족해야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미국의 「밸몬트 리포트」(1978년). ①인간 자율성 존중의 원칙. 연구자는 실험 대상자에게 연구의 목적, 과정, 위험과 예상하는 이득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자발적인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②선행(善行)의 원칙. 연구자가 가능한 모든 개인적, 사회적인 위험과 이득을 따져보아야 한다. ③정의의 원칙. 실험 대상자들이 공정한 과정을 거쳐 선정되어야 한다.
서울대 의대 구영모 박사는 최근 나온 계간 「과학사상」에서 이에 더불어 인간의 성세포와 수정란을 취급하는 모든 병원, 실험실, 연구자를 등록시키고 연구는 반드시 상급기관의 임상시험위원회를 거치며 위원회의 허가없는 언론발표를 금지하는 내용을 추가할 수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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