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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애매한 '선물과 뇌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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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애매한 '선물과 뇌물'

입력
1999.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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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떡값을 양성화하자는 겁니까』 28일 본사로 전화를 건 한 독자는 「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선물액수 한도」를 설정하려는 정부방침에 대해 『그러면 소액을 여러번 나눠받으면 괜찮다는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물론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공무원은 예외여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액수를 정해 「선물」과 「뇌물」을 구분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또 직능별로 선물액수를 차등화하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경찰이나 세무공무원은 선물받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5만원이 면책한도이고, 나머지 공무원들은 그럴 기회가 적어 10만원이 한도라는 것인가. 6만원짜리 물건이 경찰에게는 뇌물이고 일반공무원에게는 선물이라는 것은 누가 들어도 어색하다.

문제는 수순이다. 뇌물이나 비리의 개념은 다분히 문화적인 규정을 받는다. 그래서 특정 사회에서는 파렴치한 비위(非違)가 다른 사회에서는 관행으로 통하기도 한다. 최근 적발된 거의 모든 비위공직자들은 자신이 표적사정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누구나 다 해먹는데 왜 나만 문제를 삼느냐』는 그들의 항변이 적잖은 동정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비리는 관행을 방패삼아 공범의식 속에 싹트고 번지는 것이다. 뇌물의 액수를 정하고 과거의 잘못을 덮어준다고 그 관행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뇌물을 근절하는 방법은 용서하고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다고 용인해 온 관행의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대통령의 전향적인 부패척결 의지를 서둘러 뒷받침해야하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나 일을 진행하는 방식은 너무나 어설프고 즉흥적이다.

/사회부= 최윤필기자 ter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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