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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와 사람들] 팔당호어부 최봉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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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와 사람들] 팔당호어부 최봉조씨

입력
1999.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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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호의 봄바람은 맵다. 강바람이 차갑기도 하지만 주민들에게는 팔당호가 넘지못할 벽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수도법, 수도권정비계획법, 국토이용관리법 등 외우기도 힘든 법들 때문에 소 몇마리 마음대로 키우기도 힘들다. 그래서 봄바람이 불어와도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찬 바람으로만 느껴진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금을 캐는 사람들이 있다. 양평 남양주 광주군에서 그물질을 하는 내륙의 어부 40여명이 그들이다.

10여년째 팔당호에 그물을 드리우고 있는 최봉조(58)씨. 충남 서산서 평생을 어부로 살았던 아버지를 여의고 20대에 고향을 떠나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78년 팔당호인근 양평군 옥천면 아신3리에 정착했다. 어부도 싫고 가난도 싫었다. 팔도를 떠돌며 막노동 옷장사를 가리지 않고 했지만 피는 못속인다던가.

양평에서 어업허가를 내준다는 소식을 듣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곳으로 왔다. 옥천냉면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최씨에게는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이라는 데 마음이 끌렸다.

최씨는 남의 뱃일을 도와주다 85년 정식 어업허가를 받았다. 군에서 융자를 받아 30마력짜리 엔진을 단 FRP 배 한척도 마련했다. 겨울을 빼고는 매일 팔당호에서 산다.

봄철에는 다슬기를 잡는다. 물고기가 잘 안잡히기 때문이다. 납덩이가 달린 그물로 바닥을 쓸어올리면 애들 새끼손가락만한 다슬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나온다. 수집상이 사주는 가격은 ㎏당 5,000원. 하루 평균 2-3만원 벌이다. 재수가 좋을 때는 하루 50㎏까지 잡아봤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이다.

여름 가을엔 벌이가 좀 나은 편이다. 메기와 쏘가리, 잉어, 자라등이 잡히는데 쏘가리와 자라의 경우 ㎏당 3만∼4만원을 받는다. 제일 돈이 되는 것은 역시 뱀장어. 1㎏ 안팎이면 보통 10만원을 받지만 조금 굵다 싶으면 부르는 것이 값이다. 요즘 양평군이 뱀장어 치어를 방류해 올 가을에 거는 기대도 크다.

『골재를 마구 퍼내 다슬기가 안잡혀요. 바지선이 시도때도 없이 떠다녀 고기들도 도망다니구요』. 최씨는 막내딸(27)이 시집을 가면 인생이 담긴 이 쪽배를 팔아버릴 생각이다.

『지금이라도 그만 두고 싶지요. 그런데 이놈의 쪽배만 보면 손이 벌써 삿대를 만지니 말입니다』 허허웃는 최씨는 3∼4㎏쯤 되보이는 다슬기를 그냥 가져가라고 내민다. 이범구기자 lbk121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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