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96년 4월 베를린에서 처음 미사일 문제를 놓고 자리를 같이 한 이래 29일 평양에서 4번째로 만난다.이번 협상은 매해 1번씩 「형식적」으로 만나던 과거와 달리 지난번 금창리협상타결의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3차 회담후 불과 5개월여만에 열린다는 점에서 우선 주목된다. 비록 버티기 작전을 고수하기는 했지만 금창리 협상 때 북한이 보인 유연한 자세를 감안하면 이번 협상에서 다소의 진전을 기대할만 하다는 것이 당국자의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북한의 미사일 추가시험발사 중지에 대한 대가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방침을 카드로 준비한 점이 협상 결과와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그간 여러 채널의 북·미 협상에서 추상적인 경제제재 해제보다 경제제재 해제의 선결조건이자 국제적 이미지 개선에 효과가 큰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미국은 87년말 KAL기 폭파사건을 계기로 88년 1월 북한을 리비아 쿠바 시리아 등 6개 국가에 추가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테러지원국에 대해 다양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미국이 대북경제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
테러지원국 해제는 행정부의 재량사항이지만 대통령이 의회에 「해제 발효일 45일 이전까지 해당국가가 최근 6개월간 테러를 지원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도록 돼있다. 미국은 이를위해 지난해 9월 북·미고위급회담 때 합의됐으나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는 「테러지원국해제 협상」을 조만간 제시할 방침이다.
일단 이같은 선에서 첫 단추가 잘 끼워질 경우 미국은 미사일 수출 중단에 대한 대가지원 문제도 융통성있게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미측은 이를 위해 가능하면 협상을 매월 진행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핵과 달리 미사일 문제는 개발을 통제할 국제규범이 없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번 협상결과는 한미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포괄적 접근 구상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승용기자 syyoon@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