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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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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움직인 책]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입력
1999.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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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들어 철학계의 지형을 바꿔놓은 책이 세 권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이다. 2차 대전 이후 사르트르가 일으킨 유럽의 실존주의 붐은 하이데거 때문에 가능했다. 가다머의 해석학, 철학적 인간학, 현대 신학은 모두 하이데거가 「존재와 시간」에서 내놓은 개념들에 크게 빚지고 있다』(한국외국어대 이기상 교수)「존재를 잊은 역사」. 하이데거는 2,000년 서양철학사를 이 한 마디로 정의했다. 인간 자신은 무엇이고, 존재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하이데거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연 20세기의 가장 난해하고 독창적인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하이데거는 서양철학이 인간을 사물과 똑같은 차원에서 완성된 어떤 것으로 보고 보편적인 「본질」만을 찾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보편적인 본질은 없다. 개별적으로 시간 속에 어떻게 있느냐는 「있음」의 문제가 중요하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했다. 인간은 존재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가능 존재고, 각자 자기의 존재(각자성)다. 하이데거는 책에서 「각자 자기의 존재를 존재해야 한다」, 「인간에게는 존재함에 있어 그 존재함이 문제가 되는 존재」라는 어려운 말을 썼다. 이 책에서 하이데거는 존재(Sein)로 끝나는 새로운 복합어를 100여 개나 새로 만들어 냈다.

시간 역시 중요한 개념이다. 본질을 앞세운 철학에서 인간은 시간과 무관하게 탐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변화의 와중에서 변하지 않는 어떤 것을 찾는데 골몰했다. 하지만 하이데거는 존재는 시간 속에 주어지는 것이고 시간의 형태로 모습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존재와 시간」에서 접속어 「와」는 두 개념을 병렬하는 의미가 아니다. 인간이 시간적인 존재라는 불가분의 표현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죽을 수 있는 존재고, 죽음을 향한 존재라고 했다. 또 인간은 죽음으로 미리 앞서 달려갈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키에르 케고르나 실존주의 사상에 탐닉하는 전후의 젊은이들처럼 이 말을 비극적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죽음을 알기 때문에 생활을 바꿀 수 있고, 남들이 살듯이 살아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60년대의 실존주의, 80년대의 반(反)과학주의·생태론적 문명비판, 90년대의 탈현대 논의는 모두 그의 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사상의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하이데거는 프라이부르크대학 총장을 지내면서 히틀러를 독일 민족의 위대한 영도자라고 찬양해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마르틴 하이데거 1889년 독일 남부 메스키르히 출생 1915년 프라이부르크대학 강의 시작 1933년 프라이부르크 대학 총장 76년 사망 저서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현상학의 근본 문제」 「사유란 무엇인가」 「예술작품의 근원」등.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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