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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대공습] 맞을수록 좋은 밀로셰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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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 대공습] 맞을수록 좋은 밀로셰비치?

입력
1999.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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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의 유고공습에 과감히 맞선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신유고연방 대통령의 선택은 사면초가의 정치적 입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95년 대세르비아주의를 포기하고 데이턴협정에 순순히 응했던 밀로셰비치에게 외회내 보수파들은 무시할 수 없는 내부의 적이다. 더욱이 군부내 반대파의 쿠데타설과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까지 겹친 밀로셰비치에게 「전쟁」이라는 결정은 불가피한 것이었다.공습 직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침략자들로부터 코소보를 지켜야 한다』며 세르비아계의 민족감정을 자극한 밀로셰비치의 발언은 국내의 지지를 모으고 반대세력들의 입을 막기 위해 사용해온 대표적인 정치 구호. 89년 세르비아 대통령에 당선된 뒤 「세르비아 우월주의」를 등에 업고 코소보의 자치권을 박탈했던 밀로셰비치가 10여년이 지난 뒤 다시한번 민족감정에 기대고 있는 것은 반대파들의 움직임이 유례없이 거세기 때문이다. 더욱이 10여년 철권을 휘둘러온 그에 대해 최근 야당출신인 부크 드라스코비치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개혁파들까지 대규모 가두시위를 주도하면서 압박을 가하자 위기에 몰린 밀로셰비치는 마지막 카드를 던졌다.

문제는 이번 공습이 장기화할 경우이다. 밀로셰비치가 의회내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파를 자기 편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벌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위기를 탈출하고자 하는 밀로셰비치의 복안에는 이번 공습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따라서 궁지에 빠진 밀로셰비치에게 이번 공습은 권력기반을 새롭게 다질 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세르비아의 「성지(聖地)」 코소보에 대한 민족감정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정적들을 탄압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나토의 공습이 시작되자 분노한 국민들은 『수세기 동안 우리 땅이었던 코소보를 한 평도 내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밀로셰비치의 「전략」이 먹히기 시작한 것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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